brunch

매거진 깨워드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도 Jan 23. 2023

스타트업의 CSO, 4개월 생존기

작년 9월 1일, 지금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10년 전 회사 동료로 만난 친구와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프로젝트성 일을 하다가 지속적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의지를 모았고, 친구는 먼저 전업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회사를 일구어냈다.


나는 네 가족의 외벌이 가장으로 회사를 일구어내는 의지보다는 현실이 중요했기에 안정적인 직장에서 가족들을 부양해 왔다. 회사에는 공동창업자로 되어있었지만 한동안은 현실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다른 동료들과 고군분투하여 어느 정도 회사가 비교적으로 안정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안정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껏 다녔던 회사보다는 훨씬 불투명하고 불안정적이기는 하다).  그리고 나도 어느 정도의 월급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된 시점이 되어 친구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친구는 내게 처음 'Chief Marketing Officer 최고 마케팅 책임자' 혹은 'Chief Sales Officer 최고 영업 책임자'의 역할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Chief Strategy Officer 최고 전략 책임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나의 12년 회사 생활을 뒤돌아 보면 - 영업, 트레이드 마케팅/ 영업기획, 전략적 프로젝트, 커뮤니케이션, 조직 문화 변화 관리 등 -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키워드가 '전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업무 스타일과 개인적 성향, 내가 지향하는 바를 종합하자면 '실천적 전략가'라고 표현을 하고 싶다. 나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라는 말처럼, '전략 없는 실행은 자원 낭비이고, 실행 없는 전략은 허세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종합하자면 CSO로서 회사에서 해야 하는 일은 1)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전략을 수립하고, 2) 주어진 자원 안에서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3) 장 단기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4) 그러한 계획들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개월 동안 내가 회사에 와서 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대표님이 처음 내가 맡았으면 하는 업무들은 회사 '홍보'와 관련된 일이었다. 정부에서 해외 마케팅 지원 예산을 받아와서 그 예산을 통해 회사 홍보를 위한 계획과 실행을 하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내가 있던 부서가 기업홍보부였고, 내가 마지막으로 맡아서 했던 업무가 회사의 디지털 채널 홍보 전략과 실행이었다.


제대로 된 회사 홍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홍보 전략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전략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공동창업자이고 대표님과 계속 연락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회사의 비즈니스 목표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회사의 비즈니스 목표를 장/단기적으로 이해하는 일을 먼저 했다.


회사의 상황은 비즈니스 목표는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있었지만, 제한된 자원 안에서 효율적으로 단기적 목표 (Milestone)나 실천 계획은 명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과도 이런저런 대화를 해보았지만 큰 그림에서 각자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파악한 회사의 상황을 대표님과 허심탄회하게 공유를 했다. 우리가 목표를 좀 더 명확히 하고, 단기적인 실천 계획을 현실적으로 수립해서 직원들 모두가 본인이 해야 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를 했다.


우선은 나와 대표님을 포함한 창업 멤버 4명 (현재 CEO, CFO, COO 그리고 나 CSO까지 4명이 있는 상황이다)이 연간 계획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Align)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자원과 사람들이 필요한지, 지금의 조직으로 이러한 실행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치열하게 논의했다.


그리고 이러한 큰 그림을 채워 넣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직원들 개개인에게 우리 회사의 목표와 계획을 전달하고, 각자가 해야 하는 업무들을 명확하게 그렸다. 직원들도 실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였다. 1)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되고 해결책도 논의가 되지만 그 실행을 누가 언제까지 할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 - 그래서 몇몇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업무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 또 하나는 2)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들이 제때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실행이 미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매주 프로젝트 회의를 재정비하게 되었다. 기존의 회의가 개인들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공유'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적어도 내가 관찰했을 때에는), 재정비된 회의에서는 '회사의 목표와 계획대비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진행이 되고 있지 않은 업무가 있다면 어떠한 도움이나 의사 결정이 필요한지'를 풀어나가는 목적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회의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 우리는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에도 투자를 했고, 회의를 위해서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자리에서 회의를 통해 즉각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계획은 계속해서 다듬어지고 있지만 목표를 향해 제대로 우리의 계획들이 실천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게 느껴지고 있다.


12월과 1월 두 달 동안은 정말 빡빡한 일정들로 채워졌다. 나와 대표님은 계속해서 외부에서 우리의 사업을 위해 필요한 분들을 만나며 우리의 전략과 계획을 발표하고, 수정하고, 끊임없이 증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1월 중순까지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을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내게 되었다.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올 한 해는 더 큰 도약을 위해 회사 내부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외부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 우리 회사가 세상에 끼칠 영향력을 잘 다듬고 키워야 하는 한 해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난 몇 달간의 경험으로는 불가능한 계획들은 아니다.  


이런 계획들을 생각하면 매우 설렌다. 하나하나의 Milestone들을 달성해 가면서 우리의 큰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들이 너무나도 보람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스타트업들이 생존하기 쉽지 않은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잘 생존하고 회사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우리 회사가 더욱 큰 가치를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략을 책임지는 사람은 좋은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략이 실행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우리 회사의 모두가 즐겁게 회사와 함께 커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나 역시도 큰 전략가로 커나가야겠다고 새해의 다짐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에서 맞는 첫 새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