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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pr 29. 2023

시카고 Chicago, 도착까지 마지막 한 걸음

시카고 피자, 시카고 불스, 영화/ 뮤지컬 시카고...

마이클 조던, 냇킹콜, 칸예웨스트...

배트맨의 '고담시'의 실제 모델, 나 홀로 집에에서 케빈과 가족이 살던 도시, 영화 원티드의 배경...


전 세계인들에게 시카고라는 도시는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을 제외하고 가장 큰 2번째 도시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고 (실제로는 LA에서 2위 자리를 뺏겼다), 못 가본 사람은 많아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도시다. 


시카고는커녕 괌을 제외한 미국 본토는 얼씬도 해본 적 없는 나에게도, 시카고의 존재는 어린 시절 마이클 조던이 뛰던 '시카고 불스'였고, 좀 커서는 시카고 피자 (예전에 이런 피자집이 있었던 것 같은데), 브루스브라더스, 배트맨의 고담시의 진짜 배경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의 이미지가 형성되어 왔다. 나중에는 전 미국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뭐 살면서 가볼 일이 있을까? 싶은 정도의 먼 동네(?)였으며, 실제로 전혀 갈 일이 없을 것만 같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 일로 갑자기 올해 초부터 출장계획을 세우고, 시카고로 출발하는 당일이 되었다.


실제로 시카고에 살고 있다는 사람은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어서, LA나 뉴욕보다 상대적으로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시카고였고, 어떤 동네일지 느낌도 오지 않았다.


아침 10시 40분,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 관련 규제들이 풀린 이후로 해외 출장은 처음이었다. 마지막 해외 출장이 2019년 루마니아와 스위스였으니 거의 4년 만이다. 드라큘라로 유명한 루마니아 첫 출장도 나름 꽤나 두근거렸는데, 시카고도 다른 느낌으로 많이 기대가 됐다.


출국 게이트 넘버는 246 -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의 수감번호가 24601인 것이 문득 생각났다. 왠지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의 느낌과 쿨(Cool)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슬며시 웃음이 났다.


게이트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왠지 한국에서 근무하는 미군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해외에서 근무하다가 오랜만에 한국을 오기 위해 공항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10여 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한국에 가서 삼겹살에 청국장찌개가 먹고 싶었던 것처럼 저 사람도 시카고에 가서 핫도그와 피자가 먹고 싶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옆에는 나이가 80은 넘어 보이는 한국말을 쓰는 백발의 노부부가 미국 여권을 들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평생을 미국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사시다가 미국 영주권까지 받으시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그리던 고국의 모습은 너무 바뀌어서 다시 삶의 터전이 있는 시카고로 가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혼자 펼쳐보았다.


드디어 출발한 비행기 안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13시간의 비행시간은 공평했고, 쉽지 않은 그 시간을 각자의 방법으로 보내고 나서야 시카고에 도착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는 시카고행 비행기는 대부분 '오헤어(O'Hare) 국제공항'의 5 터미널로 도착한다. 1, 2, 3, 5 총 네 개의 터미널 중 1-3번은 국내선 도착 터미널이고, 5번만 국제 터미널이다. 왠지 이름마저도 너무나도 미국 스러운 느낌. 미국의 유명한 장군의 이름을 공항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짐을 찾고 나와 입국 심사는 크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마지막으로,


"미국엔 처음 오네요 (It's first time in US)"


라고 말했다. 사실 뭐 '환영해요 (welcome to US)' 정도의 화답을 기다렸지만,


"괌도 미국의 영토입니다 (Guam is also the part of US)"


라며, 난 너의 출입국 기록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한 딱딱한 답변을 받았다.


CDC서약서니, ESTA비자서류니, 영문백신접종 증명서니 이런저런 서류 뭉치를 준비했지만 보여줄 기회도 없이 생각보다 쉽게 미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


공항 건물을 나오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 영화 '터미널'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가 공항 건물 밖을 나오면서 했던 대사가 떠올랐다. 


"이제 미국 영토까지 한 걸음 남았네 (Last one step to the US territory)"


나도 모르게 그 대사를 읊조리며 공항 밖으로 나갔다.


태어나서 처음 갔던 외국인 캐나다에 도착해서 처음 캐나다의 공기를 마셨던 순간이 떠올랐다.


캐나다에 가면 그냥 숨만 쉬어도 공기에서 향기가 날 것만 같았던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고, '어? 여기도 그냥 사람 사는 곳이네?'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가 벌써 1996년, 그리고 27년이 지나 처음 북아메리카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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