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도 Feb 10. 2020

돼지수육 김 쌈, 여기서만 먹을 수 있다고?

편견은 버리자.

사실 난 밀양이라는 도시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안 좋은 사건들도 있었고, 동명의 영화도 참 보고 나서 찝찝했던 영화였기에, 밀양은 나에게 살면서 굳이 안 가봐도 되는 곳이었다. 다만 경남지역에 살게 되면서 있는 동안 근처 여행을 많이 가보겠노라고 주변지역을 다니면서 가까이에 있는 밀양도 한번 가볼까? 하고 가게 되었다. 가면서도 영 찝찝한 기분으로 큰 기대는 없었다.

 

밀양박물관에 들러 오래간만에 무궁화를 잔뜩 봤다. 어린 시절 자주 보이던 무궁화는 ‘국화’ 임에도 불구, 옆 나라 ‘국화’인 벚꽃에도 한 참 못 미치는 꽃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면서도 반가웠다. 출출해진 나는 밀양 맛집을 검색했다. 부산 대표음식 중 하나로 유명한 돼지국밥이 밀양에도 꽤나 유명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부산에서도 유명한 돼지국밥집 중에 밀양 돼지국밥을 꽤나 들어본 것 같다. 심지어 백종원 씨의 음식 프로그램에도 나온 집이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밀양에서 돼지국밥을 안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티브이에 나온 식당이 있다는 밀양 아리랑 시장을 찾았다. 시골의 정겨운 느낌이 나는 시장이었다. 유명하다는 식당을 가니 줄이 길게 늘어져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난감해하고 있노라니 주변 상인 분들이 저쪽으로 가면 맛있는 집이 한 군데 또 있단다. 몇몇 분들이 추천을 해주시니 신뢰가 갔다. 현지 분들이 추천하는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라니 묘하게 우월감이 들어 길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꽤나 넓은 시장 안에서도 조금 외진 곳에 있어서인지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깨끗해 보였고 돼지 누린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위생적인 맛집 느낌이 들었다. 국밥과 수육을 시켰다.


국물은 맑았다. 맑은 국물의 순댓국 맛이지만 누린내가 없이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밀양식 돼지국밥이라 하면 소사골 국물로 한다는 집도 있지만 밀양식 돼지국밥은 돼지 사골로 끓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양념장을 풀어 먹으니 얼큰한 맛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수육이 나왔다. 그런데 김이 같이 나왔다. 뭐지? 주인아저 씨는 수육을 김에 얹어 새우젓과 먹어보라고 하셨다. 오 마이 갓. 문화충격이었다. 돼지고기를 김에? 참 쌈 싸 먹는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에 다양한 걸 싸 먹지만 고기를 싸 먹는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


굽지 않은 마른 김을 넉넉한 크기로 잘라 손에 쥐고 고기를 한점 크게 넣고 새우젓을 얹어 먹었다. 왜 지금껏 이렇게 먹어보지 않았나? 서울에서는 왜 이렇게 나오는 집이 없었나. 너무나도 자주 먹는 두 음식을 같이 먹을 생각은 왜 못했나. 너무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영남루에 올랐다. 밀양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영남루는 멋졌다. 밀양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몇 시간 만에 완전히 바뀌게 되었고, 대구와 부산 중간에 있는 지나치는 도시에서 대구 부산에 온다면 하루쯤 꼭 가볼만한 도시로 추천하게 되었다.


햇빛이 빽빽하다는 뜻의 한자어 뜻을 가진 밀양. 사실은 물이 많은 땅이라는 순 우리말 뜻의 가차어라고 한다. 물도 많고 볕도 많은 밀양은 영화 속, 뉴스 속 이미지처럼 어두운 곳이 아니었다.


김에 싸먹는 수육. 충격이었다. 식사후 오른 영남루.
매거진의 이전글 골목식당 금악리 라면, 집에서 성공 레시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