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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Dec 30. 2019

홀로 떠나는 월요일 아침 기차여행

영동 중절모 감 포도 작은할아버지

새벽기차를 타고 혼자 잠시 볼일 보러 서울 올라가는 중 5시간이 넘는 여정의 시작을 밤새 뒤척이며 부족한 잠으로 시작했다. 짙은 안개 사이로 희뿌옇게 아침 냄새가 나며 열차가 잠시 머문 곳은 ’ 영동’, 나는 어디쯤인가 지도를 열어보니 영동 작은할아버지가 계신 영동이다. 정확히는 할아버지가 평생 사셨던 곳이고 지금은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 곳이다.


영동 작은할아버지는 나의 친할아버지의 사촌동생으로 아버지 쪽 어른 중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고 몇 년에 한 번 꼴로 뵈었지만 해마다 영동에서 나온 감이니 포도를 잔뜩 보내주셨다. 각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까운 촌수가 아닌 우리 친척 쪽에 각별하게 대해주셨던 것 같다. 항상 트레이드마크처럼 멋진 중절모를 쓰고 허스키하지만 우렁찬 목소리로 격렬하게 반가운 인사로 맞아주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월요일 아침 느리게 달리는 기차를 혼자 타고 달리는 건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아도 생각보다는 덜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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