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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un 13. 2021

56시간, 코로나 백신 접종 후기

얀센 백신 접종 후 56시간의 기록

갑자기 백신 접종 기회라니. 올해 안에는 맞을 수 있을까 싶던 백신 접종 기회가 왔고, 각종 백신 부작용 사례들에 대한 뉴스들이 나왔지만 '백신을 안 맞는 것보다는 백신을 맞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결과를 믿고 30세 이상 민방위의 신분으로 얀센백신 접종 신청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전에 얀센과 같은 계열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직원으로서는 정말 이런 모든 절차들이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직원으로서의 근무 경험에 대한 긍정/부정적 평가와는 별개로) 소비자로서는 너무 믿음이 가는 회사라고 생각해서 얀센 백신을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덜 해서 백신 접종 결정을 하게 된 것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3일 간 몸져누우셨다는 어머니와 맞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으셨다는 아버지의 상반된 사례에 나 역시도 아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접종 일자를 금요일로 지정했다. (백신 접종 일자 변경이 불가한 시점에서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백신 접종 후 2일간의 유급휴가를 준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물론 접종 후 2일이 주말인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드디어 금요일이 되었고, 왠지 접종하기 전부터 몸이 안 좋은 것 같은 기분은 기분인 것이겠지? 접종 예약 시간은 14시, 나는 13시 40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내가 접종하기 위해 간 곳은 동네 소아과였는데, '소아'보다는 나와 비슷한 건장한(?) 청년들과 드문 드문 60세 이상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한 어르신들이 전부였다. 아이들의 두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한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소아과에 우락부락 청년들이 백신 접종의 두려움을 갖고 안절부절 대기하고 있는 풍경은 전쟁이 나면 사회 주요 거점 시설이 주요 군사 전략 시설로 사용될 수 있다는 예비군이나 민방위에서나 배우던 사실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코로나19에 감염 사실이 없었고, 최근 2주간 코로나19 외에 다른 백신 접종을 했던 적이 없었는지를 묻는 문진표를 접수하고 잠시 대기 후,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 선생님이 직접 놓는 얀센 백신 주사를 맞았다. 접종 전 의사분은 접종 설명서에 있는 백신의 잠재적 부작용 가능성이나 접종 당일 목욕이나 샤워 금지, 열이 오르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는 등의 내용을 매우 정성스럽게 구두로 설명을 해주셨다. 사실 그 내용 자체보다도 그러한 사실들을 내게 이야기해주면서 이 백신 접종의 절차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내게 안심을 시켜주는 느낌이었고, 실제로도 나는 안심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설명을 밖에 대기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전달했다는 사실은 의사분의 놀라운 직업의식, 아 이런 분들이 있어서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나가고 있구나 하는 인상까지도 받게 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백신 주사는 여느 주사보다도 아프게 느껴졌다. 어느 블로거분은 '한 겹의 근육층을 더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는데, 알 것 같았다. 주사를 맞은 뒤 병원 대기실에서 15분 정도 대기를 했고, 큰 이상 증세는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병원 옆의 약국에서 얀센과 같은 계열사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도 하나 2,500원 주고 구매했다 (지역화폐 10% 보너스 충전으로 정확히는 2,250원에 구매했다).


집에 오는 길은 왠지 모르게 긴장됐다. 15분 동안 없던 이상 반응이 15분과 30분 사이에 일어난다면? 일단 집으로 갔다. 괜히 힘이 빠지는 것 같고 졸음이 밀려왔다. 거실 소파에 누워 온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눈을 끔뻑 끔뻑했다. 그러다가 스르륵 잠이 들어 한 30분을 잤던 것 같다. 왠지 모를 식욕이 밀려왔다. 점심도 많이 먹었는데 저녁에는 뭐 먹을까 생각했다. 냉장고에서 무언가 꺼내먹었다. 와이프와 함께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왔다. 와이프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오늘 '코로나 주사'를 맞았으니 가서 괴롭히면 안 되고 주말 동안 쉬어야 한다고 친절히 설명해줬다.


주사 맞은 당일은 상태가 이상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상태가 좋지 않았다. 피로감이 들었고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며, 왠지 모를 식욕이 솟구치고 (입맛이 도는 것이 아는 폭식하고 싶은 그런 기분이다), 잠을 자도 잠을 못 잔 사람 같은 그런 기분이며, 기분 나쁜 가벼운 두통이 느껴졌다. 11시 정도가 되어 잠이 들었다. 왠지 자면서 열이 났던 것 같다. 고열은 아니지만 머리가 약간 아플 정도의 열로 인해 약간의 악몽을 꾸기도 했다 (예전에 40도가 넘는 고열로 고생했던 적이 있어 '약간'이라는 표현을 계속 썼지만 약 37도 후반에서 38도 정도 되었을 때의 통증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한결 낫다고 느꼈다. 하지만 56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그때도 컨디션은 별로였다. 그러다가 정확히 24시간이 되어가는 시점에 열이 오르며 두통이 밀려왔다. 이때다 싶어 해열제를 한 알 물과 함께 먹었다. 해열제를 먹고 나니 30분 정도 후에 열이 좀 떨어지고 두통도 사라지며 컨디션이 좀 나아졌다 (오늘 밤에는 와인도 한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먹은 약의 효과는 6시간 정도 간다고 했는데 정확하게 6시간 정도가 지나자 몸의 컨디션은 약간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약을 먹을 때보다는 많이 좋아져서 약을 한번 더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어떤 신문 기사에서 '타이 X놀'이 보약도 아니고 백신 접종 후 많이 먹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는 표현을 보고 안 먹고 참을 필요는 없지만 참을 만 한데 굳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백신 접종 후 두 번째 밤이 지나 아침이 되자, 아 진짜 내가 어제그저께 몸이 안 좋았었구나 느낄 정도로 몸이 회복이 많이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지금은 내가 괜찮다고 느껴져도 무리하지 말고 오늘 하루도 쉬엄쉬엄 쉬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쉬엄쉬엄 쉬고 지금은 백신 접종 후 56시간 하고도 30분이 지나 백신 접종 후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시간대 별로 기록을 해서 그대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니 그때는 내가 몸이 안 좋은 걸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나고 나서 한 번에 쓰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다행히도 나와 내 주위에 백신을 맞고 많이 힘들었다는 사람들은 있었고, 나 역시도 백신 맞고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3일이 되던 날 모두 회복을 했다. 물론 아직 주사를 맞은 부위는 약간 욱신 거리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 완료 후 카카오톡 프로필 화면에 '백신 접종 완료'스티커를 붙이고 나니 왠지 홀가분하다. 더군다나 1회 접종으로 접종 완료가 아닌가. 왠지 이 코로나19 전쟁에서 '살아남은' 기분이다. 역시 우리가 이긴다 코로나19. 조만간 나와 내 가족들이 모든 사진에 마스크를 쓰고 있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다행이다 생각하는 날이 오겠지.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끝나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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