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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Sep 19. 2019

홍콩 현지인 1위 쌀국수 맛집- 탐자이삼거

운남쌀국수 피단 마늘삼겹슬라이스

홍콩에는 너무나도 많은 맛집이 있다.


다만 홍콩은 대부분 짧게 여행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유명한 식당 몇 군데 가면 섭취 가능한 끼니수(?)를 채우기 마련이다. 본인도 홍콩에 짧게 여행이나 출장을 갔을 때는 딤섬 완탕면 칠리크랩 등을 먹었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거주하고 홍콩 출신의 동료들과 일을 하면서 좀 더 홍콩스러운 음식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홍콩스러운 것이라고 해도 홍콩에서 기원한 음식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특색 있는 음식을 가져와 광둥식 베이스의 홍콩 음식의 색깔과 더해지고 영국령 시절의 색과 어우러져 그저 홍콩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 홍콩스러운 음식이 되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수년 사이에 홍콩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식당이 바로 탐자이삼거 운남쌀국수 집이다. 한국에서는 침사추이의 성림거가 티비에 나와 유명하지만 실제 홍콩 사람들은 탐자이삼거를 더 많이 가며, 실제 홍콩 전역에 분점이 많이 생겨 성림거보다 인기 있다.


내가 자주 갔던 지점은 회사가 있던 몽콕역 근처의 지점이다. 처음 동료들과 갔다가 나중에는 혼자 가서 짧은 광둥어로 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일단 간판의 고추 그림에서 알 수 있듯 매운맛으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얼큰한 맛을 좋아하지만 너무 매운맛은 못 먹는 나는 보통 ‘마라 3단계’를 시킨다. 그러면 중간 정도의 매운맛인데 성림거만큼 맵지는 않으면서 신맛은 따로 없다. 거기에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고추기름을 바닥부터 떠서 고춧가루까지 함께 한 티스푼 넣어먹으면 내가 수십 번 먹으며 발견한 내가 좋아하는 얼큰한 맛이 나온다. 국물은 돼지고기와 닭고기 육수로 느껴지는데 엄청 진하지는 않고 적당한 정도이다.


토핑을 골라야 한다. 기본적으로 3가지를 고르는데 수십 번 시도 끝에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것은 어단이라고 하는 피쉬볼, 유부, 짜장이다. 짜장? 우리가 아는 짜짱이 맞지만 홍콩식 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외관으로는 쌈장 같은 색깔인데 고기가 갈아져 있고 되직하니 밥공기 만한 그릇에 3분의 1 정도가 담겨 나온다. 숟가락 끝에 살짝 짜장을 담아 얼큰한 국물을 떠서 먹으면 얼큰한 맛과 짜장의 단맛과 짠맛 그리고 진한 고기 맛이 어우러져 짜고 달고 느끼하고 매운, 이른바 짠단느매가 완성된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살짝 떠서 쌀국수 위에 얹어 한 젓가락 크게 먹으면 홍콩식 짜장면의 맛도 느낄 수 있다. 유부는 그동안 국물을 흠뻑 먹어 입안에 넣어 씹으면 육수와 유부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피쉬볼. 서너 개가 들어있는데 처음에 하나 중반부에 두 개를 먹는다. 짜장과 유부와는 또 다른 해산물 맛이 나는 탱글한 피쉬볼은 쌀국수에서 빼놓을 수없는 즐거운 맛이다.

그 외에도 기본적으로 쌀국수 면과 숙주나물이 들어있어. 한 그릇의 양은 푸짐하다. 다만 들어가는 모든 토핑을 조금씩 다 먹어보고 싶다면 그것도 가능하다. 약간의 짜장도 포함되어있지만 약간 아쉬워서 3가지 토핑이 들어간 한 그릇으로 시킨다.


이때 좀 아쉬움이 느껴질 때, 시키는 사이드 메뉴가 있다. 항상 고민하는 두 가지. 바로 피단과 마늘 삼겹슬라이스다. 피단은 양장피에 들어있는 삭힌 오리알로 검투명한 흰자에 녹변한 노른자로 사분의 일로 잘라져 동그란 접시에 빙 둘러 간장과 고추기름 듬뿍 거기에 간 마늘이 잔뜩 올려져 나온다. 중간중간 국수를 먹다가 하나씩 집어먹으면 진한 피단과 마늘 맛이 입안을 가셔주며 고소한 단백질 맛으로 입안이 코팅된다. 마늘삼겹슬라이스는 마찬가지로 간장 고추기름에 간 마늘 듬뿍이라는 공식이 적용된다. 그런데 뭐 그렇게 특별한가 하지만 삼겹살이 매우 얇은 슬라이스다. 그렇다고 쭈그러들지 않았다. 짐작건대 콜라겐이 많은 부위를 통째로 삶아 아주 차갑게 식혀서 아주 얇게 썰어서 낸 것 같다. 편육 같은 느낌의 고기가 아주 얇게 나온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피단과는 다른 매력으로 좀 더 지방이 먹고 싶을 때 어울린다. 나중에는 두 메뉴를 고민하다가 둘 다 시킨 적도 있지만 왠지 과한 느낌이 들었다. 둘이 간다면 주저 없이 두 가지 모두 시켜 모두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닭날개 구이가 있는데 나고야의 테바사키 느낌이다. 맛은 있으나 위 두 메뉴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치킨 선진국 국민으로서 웬만한 치킨은 성에 차지 않아서일까. 여담으로 홍콩 역시 한국식 치킨이 유행이다.


마무리는 차가운 차 한잔으로 마무리하자. ‘동랭차’에 설탕을 적게 주문하면 홍콩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료 중 하나인 아이스 레몬티를 마실 수 있다.


영어는 안 통한다. 영어 메뉴도 없다. 호기롭게 혼자 가서 다른 사람들과 합석하게 될 확률은 100퍼센트다. 중국어가 안되어 버벅 거린다면 옆자리의 교복 입은 학생이 영어로 도와주는 상황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카드도 안되고 옥토퍼스 결재도 안된다. 현금을 꼭 준비하자. 한참 열심히 썼더니 한 그릇 열심히 먹은 기분이다. 참 면도 고를 수 있는데 그냥 기본 쌀국수가 제일 낫다.

윈난 성 쌀국수 마라 3단계와 소스에 마늘 삼겹 슬라이스

마늘삼겹 단독샷. 침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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