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도 Oct 28. 2021

입사 전, 모르면 낭패 보는 회사 선택의 3가지 기준

받아준다고 아무 데나 가면 안된다

"회사 들어와 보니까 어떤 것 같아?"


이직한 지 3개월 정도 되었나, 어느 외국인 임원이 나한테 물었다.


나는 3가지 기준을 이야기하며, 그 3가지 측면에서 모두 만족했기 때문에 현재 만족하고 다니고 있다고 답변을 했다. 즉흥적인 답변이었지만 나 스스로도 그것에 대해 일리 있는 답변이었다고 생각을 했으며, 그 이후로도 어느 회사나 조직에 대해 나의 의견을 물으면 이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대답을 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어느 회사나 조직에 대해 의견을 물을 때 판단 기준으로 이 세 가지에 대해 묻고 알아본다.


첫 번째 - 회사의 비전


첫 번째는 회사의 비전이다. 비전이 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알 필요는 없다. 그냥 회사 홈페이지나 관련 기사를 찾아서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은 무엇인지 찾아본다.

사실 전혀 찾아본 적 없는 국내 굴지의 전자제품 회사의 비전을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았다.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것'


회사의 비전이라는 것은 그냥 멋있으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아 물론 실제로 그냥 멋있으려고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회사들도 있다), 회사의 경영 전반에 깔려있는 가치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회사에서 중요한 정책에 대해서 의사 결정을 한다고 하였을 때, 최종적으로 임원들이, 그리고 회사의 CEO는 이 가치를 의사 결정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위 전자제품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비전의 표현을 바탕으로 제품 출시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과연 이 제품이 출시되어 판매를 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이 제품이 최고의 제품일까? 우리는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우리 조직은 이러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인재와 기술을 갖추었는가?


어떤 회사는 비전이 없기도 하다. 비전이 없는 회사는 그저 이윤창출이 기준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은 다시 말하지만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된다.


두 번째 기준 - 회사의 문화


또 하나는 회사와 조직의 문화이다. 문화라고 하면 보통 수평적인가 수직적인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그런 것도 문화이지만, 문화는 조직이 회사의 비전을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모습이기도 하다.

회사의 비전은 멋진데 실제로 그 비전은 직원들 아무도 모른다면?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만든 비전인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의 이상적인 문화는 그러한 비전들을 실제로 실천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이다.


물론 이러한 문화는 한 두 명이나, 인사부서에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사장, 임원들이 정말 강력하게 드라이브해야 하는 것이다.


수평적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부른다는 회사가 많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직급을 붙이고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면 아무래도 직급에 눌려, 자유로운 의사 개진이 어렵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결국 누구나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을 내고, 그러한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목적을 위해 직급을 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흉내만 내는 회사들을 보면,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OO님 하고 부르지만, 아랫사람들은 윗사람들에게 여전히 직급을 부른다. 내가 다니던 회사도 그랬다. 이런 제도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부장님, 이사님, 전무님, 사장님하고 불렀다. 부장님들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님이 임원들을 불러, 당신은 나한테는 OO님이라고 부르면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여전히 그렇게 직급으로 불리고 있으면서 가만히 있느냐고 호통을 치셨다. 그러자 임원들도 아래 직원들이 직급으로 부르면 OO님으로 불러달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일상 업무에서 직급으로 부르는 직원은 그 자리에서 바로 시정해주었다. 이러한 노력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OO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매우 자유로워졌고, 실제로 미팅에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도 많이 드러나게 되었다.


비전이 과연 그냥 벽에 붙어있는 멋진 말인지, 실제로 실천하고 그것을 경영진이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 회사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 시스템과 시스템에 대한 투자


비전도 있고, 그것을 추구하는 노력도 보인다. 그런데 시스템이 개판인 회사가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도 안 한다. 돈이 없다고. 이런 회사는 보통 사람을 엄청 '쪼아댄다'. 왜냐하면 사람의 개인기로 높디높은 비전을 추구하기 위해 업무를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회사가 추구하는 것이 '소비자의 만족'이며, 이를 위해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한 최적의 제품 구성을 매장에 갖춘다고 하는 구체적인 업무 과제가 내려왔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소비자 데이터와 그것을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돌릴만한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사실 이건 예전 회사에서의 내 실제 경험이다.


먼저 소비자 데이터를 봤다. 개판이다. 그냥 갔다 쓸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과연 데이터가 믿을만한지부터가 의심되었고, 정리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자 그럼 프로그램은? 없다. 그냥 엑셀로 돌려야 한다.


엑셀 노가다를 통해 분석을 '꾸역꾸역'한다.


데이터 피벗 하나 돌리는데 노트북에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멈춘다.


꺼진다.


XX......


한 5번을 반복했고, 이 짓을 위해 야근을 해야 했다.


사실 비슷한 작업을 다른 회사에서 한 적이 있는데 한 30분이면 하는 것을 정말 6시간이 걸렸다. IT부서에 가서 노트북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내년까지는 교체 계획이 없다고 한다.


그때 깨달았다. 회사가 아무리 멋진 비전을 갖고 좋은 문화를 드라이브한다고 해도, 시스템과 인프라에 대한 적합한 투자가 없으면 그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사람을 이렇게 고생시키는구나.


그때 내가 그 임원한테 했던 이야기는,


"3가지 측면에서 현재까지의 회사 생활에 만족합니다. 첫째는, 우리 회사의 비전에 올바른 방향이라고 동의하고, 둘째는 비전을 이루기 위한 임원들의 변화의 노력이 조직의 문화에도 반영되어 있는 것 같으며 세 번째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적절한 투자가 실제 시스템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즐겁게 회사 생활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사실 나도 이렇게까지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 3가지를 이야기하며 내가 다녔던 이전 회사들에 같은 프레임을 적용해볼 수 있었고, 보통은 이 3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회사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마다 다르고, 부서마다 다르겠지만, 큰 그림에서 보았을 때 이 3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회사는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회사를 볼 때, 비전을 찾아보고, 조직이 문화가 어떤지 알아보고, 정말 그것에 대한 적합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자.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것,

이전 04화 첫 회사를 선택하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