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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Sep 20. 2019

당신은 진짜 홍콩 딤섬을 먹어보지 않았다

텅빈 마음에 여유로운 점 하나, 딤섬

보통 홍콩에 가면 홍콩섬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센트럴 완차이 란콰이퐁 소호 등 유명한 지역들이 대부분 홍콩섬에 위치해있고 페리를 타고 구룡반도로 넘어온다 하더라도 페리터미널이 있는 침사추이 정도 와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 역시도 이전에 홍콩에 오면 홍콩섬에서 숙박과 업무를 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홍콩 중의 홍콩은 구룡반도의 야우침몽 구역이라고 생각한다. 야우침몽은 야우마테이 침사추이 몽콕을 합친 말로 홍콩영화에서도 자주 무대로 등장하는 곳으로 요새 티비에서 소개되는 홍콩의 구석구석 로컬 맛집도 대부분 이 지역에 분포해 있다.


그중에서도 야우마테이는 템플스트릿으로 유명한 구역으로 오늘 소개할 딤섬집이 있는 곳이다. 사실 이 딤섬집을 알고 찾아갔던 것은 아니다. 티브이에 나온 딤섬집을 찾아 점심에 큰길 안쪽 골목으로 갔다가 문을 닫은 것을 보고 큰길로 다시나와 지하철역 근처에서 대충 먹을 것을 찾다가 괜찮아 보여서 들어가게 되었다.


붐비지 않고 깔끔하고 에어컨도 적당히 나오고 있어 쾌적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차주전자와 찻잔이 나오고 음식사진과 영문설명이 있는 메뉴판을 준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도 사진만으로도 고를 수 있어 좋았다.


우선은 노란 얇은 피에 새우살을 으깨 빚어 짙은 주황색 명란을 얹어 쪄낸 딤섬을 시켰다. 이 곳은 딤섬을 쪄놓고 내는 것이 아닌 주문과 함께 쪄내느라 시간이 약간 걸렸다. 보통 이런 슈마이는 한국에서도 딤섬 좀 한다 하는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있다. 비싼 호텔 뷔페에서 먹거나 마트의 냉동 슈마이도 있고, 홍콩의 길거리에서 서서 먹는 분식집에도 슈마이가 있다. 하지만 이 집의 슈마이는 인생 최고라 가히 말할 수 있었다.


슈마이의 구성은 노란색 피와 새우나 고기로 이루어진 속 그리고 위에 얹은 명란 세 가지이다.


우선 이 피의 색깔은 선명하면서도 속이 살짝 비칠 듯 말 듯한 비주얼이 최고라 생각하며 그 기준은 이 집의 슈마이 피 색깔이다. 그리고 쪄낸 지 오래되거나 너무 삶거나 찌고 나서 찜통에 오래 두면 피가 불어 물러지거나 속과 살짝 분리가 되어 입안에 들어오며 혀의 닿는 순간의 느낌이 별로가 된다. 바로 빚어 쪄내어 식탁에 내어져 찜기 뚜껑을 여는 순간 김이 빠져나오고 살짝 15초 정도 기다리면 슈마이의 노란 피가 속과 수분이 증기로 빠져나가며 착 붙는다. 그때 젓가락으로 슬며시 한 조각을 집어 들면 부서지지 않는다.


이 집의 슈마이 속은 새우를 으깨어 돼지고기를 다진 것과 섞어 쪄낸 것인데 새우살이 매우 탱탱하다. 씹었을 때 새우살과 돼지고기 사이를 이가 가르며 들어갈 때 터져 나오는 짙은 새우와 돼지고기의 맛은 재료가 얼마나 신선한지를 느끼게 해 준다. 위에 얹은 명란은 사실 비주얼적인 역할만 클 것처럼 보이지만 입안에서 흩어지며 새우살 사이사이에 씹히며 새우의 맛을 해치지 않고 더욱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고소한 새우의 새우의 맛과 너무 갈게 다지지 않아 씹히는 식감이 좋은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사이사이에 많은 항정살 느낌이다. 탱탱하지만 섬유질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질긴 느낌이 전혀 없다. 티브이에 나온 집을 못 갔는데 전혀 아쉽지 않았다.


다음은 돼지갈비를 시켰다. 돼지갈비는 크지 않고 작은 딤섬 찜통에 앞접시 하나에 몇 조각 들어있다. 이 갈비는 작게 잘라져 있어 한 조각씩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살만 발라먹을 수 있다. 맛은 돼지갈비찜의 양념을 아주 옅게 해서 만든 맛인데 간 자체가 옅지만 뭔가 은은하고 깊은 맛이 난다. 보통은 밥을 곁들여 먹기도 하지만 갈비 자체만 먹어야 여러 가지 딤섬을 먹을 수 있어 밥은 먹지 않았다. 이 갈비찜의 양념은 홍콩 사람들이 요리할 때 즐겨 쓰는 검정콩으로 된 장류의 소스인데 소스 자체만 먹어본 적은 없지만 이 장맛이 돼지갈비의 맛을 아주 깊게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먹는 동안 앞에 70 가까이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분이 합석을 하시고 신문을 열심히 보시며 딤섬을 주문하셨다. 여유롭게 딤섬과 신문을 보며 차를 즐기는 모습이 ‘딤섬’의 한문인 ‘점심’, 말 그대로 ‘마음에 점을 찍는’ 제대로 된 모습인 것 같아 딤섬을 먹을 때는 천천히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그만 먹기에는 배가 차지 않아 밥 위에 간 돼지고기를 얹고 계란 프라이를 얹어 쪄낸 메뉴를 하나 더 시킨다. 간 돼지고기에는 귤껍질 같은 향 이사고 아삭아삭한 마의 식감이 느껴졌다. 서빙하는 아주머니는 영어를 못하시지만 뭔가 내게 소스가 들어있는 듯 한 작은 주전자 모양의 소스통을 들고 와 이걸 뿌리면 더 맛있다는 시늉으로 붓는 시늉과 엄지 척을 하신다. 좋다는 듯 손가락으로 오케이 모양을 하자 약간 신난 표정으로 계란 프라이 위에 뿌려줬다. 숟가락 위에 밥을 푸고 젓가락으로 떡갈비 같은 얹힌 고기를 떼어 올려 계란 프라이와 함께 먹었다. 소스는 간장보다 좀 더 달달한 홍콩 간장이었다. 돼지고기와 귤껍질 향, 그리고 석석 씹히는 마 조각들은 밥과 간장소스와 훌륭하게 어울렸다. 그 위에 고추기름을 살짝 뿌려서 먹으니 더욱 훌륭했다. 서빙하는 아주머니는 나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엄지척하며 가신다.


다른 딤섬들도 맛있는 곳이고 여럿이 가도 좋을 것 같지만 혼자 가도 훌륭한 곳이다. 복잡한 야우마테이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쾌적함을 느끼며 여유롭게 혼자서 우롱차와 딤섬을 즐기면 텅 빈 마음이나 혼란한 마음 모두에 점 하나를 찍어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위에서부터 새우슈마이 돼지고기슈마이 섞어서 한통, 담백한 돼지갈비찜과, 떡갈비느낌의 딤섬 덮밥 위에 간장소스 뿌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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