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나는 참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점수가 오르는 과목은 오르지만 오르지 않는 과목은 오르지 않는 것이 고민이었다. 전과목 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지만 점수가 오르지 않아 힘들었다.
언어 영역은 고1 겨울부터 고2 동안 열심히 해서 상당히 점수가 많이 올랐고 어떻게 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감을 잡았다. 하지만 고1까지 나름 자신 있었던 수리영역은 아무리 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고2 때는 자신감마저 잃어버렸다. 정말 수포자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때 인터넷에서 어느 유명한 수리영역 강사분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분, 여러분이 수리영역 수능 점수를 잘 받기 위한 방법은 '수학'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능 수리영역 문제'를 잘 푸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엥? 무슨 소리지? 그게 그거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예전에는 수학 잘하는 친구들이 '동경대 입시 수학 문제' 이런 거 풀었어요.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수능 점수가 높을까요? 동경대를 가려는 사람은 그 문제를 풀면 되겠죠. 그런데 한국에서 대학 가려는 사람들이 그걸 뭐하러 풉니까?"
학교에서 실제로 동경대 입시 수학 문제를 푼다며 으스대던 친구가 생각났다.
"어차피 수능 수리영역 점수는 80점이 만점입니다 (2004학년도 수능시험을 보던 라떼는 그랬다...). 더 잘한다고 100점 120점을 주지 않아요."
맞는 얘기다.
"자, 여러분은 지금부터 '수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는 것보다, '수능 수리영역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나는 내가 왜 지금까지 수리영역 점수가 오르지 않았는지 느꼈다. 나는 수리영역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만 집중했지만 정작 수능 기출문제라던가 수능에서 잘 나오는 유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수학 학자를 뽑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수리영역 점수가 높은 사람을 뽑는 것입니다."
그때 동경대 입시 수학 문제를 풀며 으스대던 친구보다 내가 '수학'을 더 잘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 친구보다 '수리영역' 점수가 더 높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보던 초록색 두꺼운 수학책을 접고 수능 수학 문제 유형에 집중한 문제들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능 때 내 수리영역에서 모의고사에서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최고의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수능 직전까지 수리영역 점수는 꾸준히 올랐고 실전에서 그 정점을 찍은 것이다.
동경대 입시문제를 풀며 으스대던 친구는 나보다 수능 수리영역 점수가 낮았고, 나에게 운이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절대로 운이 좋아서 나온 점수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은 '수학'에서 허우적대다가 '수리영역 시험'공부를 하게 된 것이지, 수능 당일에 몰라서 찍었는데 맞은 문제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그렇다. 회사에서 뽑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회사의 인재상에 맞추어 해당 직무를 잘 수행할 사람을 뽑는 것이지, 그냥 멋지고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를 보면 "자기 자랑" 위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지원자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우리 회사에 대해, 지원한 해당 직무에 대해 혹은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다.
만약 정말 들어가고 싶은 회사와 직무, 산업군이 있다면 그에 대해 많은 공부와 생각을 하고 지원을 준비하자. 그리고 '질문'에 대해 대답하자.
진부한 얘기지만 결국 정확한 질문은 정확한 질문 이해에서 온다.
질문 속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