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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Dec 06. 2021

가구 조립과 회사 업무의 공통점

가구 조립을 하다가 깨달았다

아이방의 침대를 옮기기 위해 침대를 분해해서 옮기는 중이었다.


전동 드릴이 망가져서 십자드라이버 하나로 침대를 분해해야 하는 상황.


분해하지 않고 침대를 옮길 수 있는 방법을 봤지만 침대 헤드 상판 때문에 최소한 침대 헤드 상판은 분해를 해야 했다.


상판을 분해하는데 나사가 약간 삐딱하게 끼워져있다 보니 다시 돌려서 빼기가 쉽지가 않았다.


애초에 가구 배송을 시켰을 때 설치 기사분이 왜 이렇게 조립을 하셨을까 투덜거리며 간신히 나사를 돌려 분해를 할 수 있었다.


분해한 침대를 옮겨서 다시 조립을 하는데, 침대 상판의 양쪽 끝 부분 나사를 다 조이고 나서 다른 나사들을 조이려고 보니 들어가질 않는다. 알고 보니 침대 상판을 뒤집어서 거꾸로 조립을 해버렸다. 


너무 귀찮아서 그냥 주려다가 아이가 혹시라도 자다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양쪽 끝에 조였던 나사들을 다시 힘겹게 풀어서 상판을 뒤집어서 다시 조립했다.


생각해보니 이전에도 가구 조립을 할 때 초반에 끼우는 나사는 약간 느슨하게 끼워놓고 모든 나사들을 자리 잡아 끼운 후에 꽉 조이라는 설명서의 팁을 본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회사 생활이랑도 너무 닮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침대를 옮긴다는 뚜렷한 목적은 회사에서도 누구나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목적과 동일하다. 

예컨대 매출 상승이라던가 소비자 만족도 상승 등과 같은 명백한 목적이 그런 예가 될 수 있다.


이후 방법적인 측면에서 침대를 분해해서 옮길지 통째로 옮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것과 같이, 회사에서도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여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전동드릴을 새로 구매하여 기다렸다가 옮기는 것도 있었지만, 나는 주어진 드라이버를 갖고 오늘 안에 옮겨주는 것이 더 중요한 우선순위였다. 회사에서도 이렇게 우선순위와 주어진 자원에 맞추어 실행방법을 결정한다.


'분해 - 이동 - 조립'이라는 순서에 대해서 머릿속에 알고 있었지만 실제 분해를 함에 있어서 삐딱하게 들어간 나사를 분해하는 어려움과 같은 것은, 회사 일에서도 업무 실행 전에 알지 못했던 변수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부 나사를 꽉 조이기 전에 전체 나사를 적당히 끼워 자리를 먼저 잡는 것은, 업무 계획을 실행하는 단계에서 관련 담당자나 조력자, 유관 부서 등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하나하나 사전 협의를 거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특정 부서나 조력자에 집중을 해서 너무나도 강력한 합의를 해놓으면 필요한 다른 부서와의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러한 합의가 귀찮아서 일단 실행해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협의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부서에 전반적인 합의를 도출해내고 모두가 합의할 만한 방식을 강력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협의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Alignment라고 한다. Alignment의 사전적 뜻은 '가지런함'이라고 나온다.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을 하나의 의견으로 정리하여 가지런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얼라인을 하는 과정은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며, 많은 사람들과 '얼마나 잘 얼라인을 잘하는가?'로 회사생활을 얼마나 잘하는지 평가를 받게 된다. 반대로 혼자 일을 매우 잘하지만 이런 얼라인먼트가 없이 일을 하는 사람은 인정을 받기 힘들다.


외국계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가구 조립을 하다가도 회사 일이 생각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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