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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이 Jan 05. 2020

운동초보의 운동집착

핼린이 주제에...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이 되던 해, 핼스장을 등록했다. 제주시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핼스장도 바로 옆에 있었지만,  굳이 돈을 내고 핼스장에 가기로 맘 먹었다. 조금은 부담감이 있어야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다. 

 

1층에 꽤나 유명한 중국집이 있는 건물의 2층에 위치한 핼스장인데, 언젠가 티비에서 본 어느 헐리웃 스타 집의 피트니스룸 보다 작은 크기이지만, 핼린이인 나에게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았다. 십여년전 입대를 준비하며 체력을 키우고자 핼스장을 다녀보고, 또 군대생활을 하면서 핼스장을 몇개월 다녀보았는데, 그때의 기억으로 처음 몇개월은 운동 하는 것에 습관이 들고 몸이 중량운동에 적응 할 수 있도록 작은 종류의 운동은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익혀 나갔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선 늘 유튜브를 많이 보다. 유튜브에 핼스 관련 영상이 참 많아서 이다. 물론 핼스장의 트레이너에게 피티를 받는 것이 제일 이겠지만, 그러기엔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고, 어쨋든 스스로 운동을 익혀가며 해 보고 싶었다. 밤에 자기 전에 내일 운동을 해야 할 부위의 영상을 보고 다음날 운동하면서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운동을 한다. 가끔 세부 동작이 생각이 안나면 운동을 하면서 유튜브를 다시 찾아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운동 루틴을 새로 만들기도 하고, 여러 사람의 운동법을 비교해 가면서 내가 할 수 있은 방법을 찾아 운동을 진행해 보기도 한다.


학창시절 난 반에서 늘 키가 제일 작은 아이 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초등학교에선 같은 학년 전체 중 2번째로 작았고, 중학교때는 아마도 전체중 4-5번째로 작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키가 좀 크긴 했지만, 여전히 제일 앞줄을 면치 못했다. 몸무게도 늘 저체중 이었는데 고3때는 41kg 쯤 나갔던거 같다. 당시 이회창 아들의 병역비리 사건이 엄청난 이슈가 되어 신체검사 기준이 바뀌었는데 그 기준이 바뀌지 않았다면 나도 현역 판정을 받지 못했을 거다. 내 인생의 딱 한번 급격한 몸무게 변화는 군대 훈련기간 중 인데,  입대 당시 44kg 로 입대를 하였으나, 16주 간의 훈련(장교로 복무한 지라 군사훈련 기간이 길다.)동안 먹지 않으면 훈련기간 동안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매끼니 밥을 고봉으로 먹었더니 어느순간 54kg라는 숫자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훈련이 끝나고 근무지에 배치를 받고 운동량이 줄어들자 다시 식사량도 줄어 50키로 언저리로 몸무게는 돌아왔다. 그때로 부터 15년이 훌쩍 지나 마흔이 되던 해까지  50키로 전후의 몸무게를 꾸준히 유지 하였다. 마흔이 되던해의 12월 중순, 운동을 시작한뒤 1년이 지나자 몸무게가 5kg 정도 늘었다. 운동 목적 중 하나가 살찌기 였는데, 어느정도 목표치에는 도달 하였다. 


운동을 하니 좋은 점 중 하나는 일 하는 것 외에 무언가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겨서 좋다. 자영업자의 숙명은 무퇴근 노동인데, 특히 부부가 같이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집에 와서도 일 이야기를 하고, 우리 일과 삶을 구분하자고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해 봐도 그게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기가 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 더욱 일 이먀기만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할때나 안할때나 일에 관해 자연스레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운동시간 동안은 온전히 운동에 집중하여 내 근육의 쓰임에 온 신경을 몰두하게 된다. 이렇게 운동을 하게 되면 내 안의 공기가 전체적으로 순환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더 일에 집중 할수 있게 되는 느낌이 들 뿐더러 삶에 또다른 집중할 꺼리가 생긴 느낌이다. 


이렇게 운동의 장점을 알게 되니 최근엔 운동에 대한 집착이 생겼다.  일이 생겨 운동을 가지 않으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고, 저녁에 약속이 생기면 혹시라도 다음날 아침 운동에 지장이 있을까 벌써 걱정이 된다. 또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모두 운동관련 영상위주로 챙겨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더욱더 운동을 가지 못하게 되면 뭔가 억울하고 우울해 지게 된다.  


지난 연말, 결혼한 친구의 저녁 초대로 식당에 모였는데 오랜만에 즐겁고 편안한 술자리 였다. 평소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에 집에 몇년간이나 묵혔던 고량주 두병을 친구들을 위해 모임에 들고 갔는데, 정작 내가 신나서 잔뜩 마시고 말았다. 이렇게 고량주를 많이 마신건 이날 저녁이 처음 이었다. 집에 와서 침대에 자려고 누웠을 때도 오랜만에 천장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음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7시 40분에 알람이 울렸고, 반사적으로 일어나 차를 몰고 운동을 갔다. 운전을 하면서 이거 음주에 걸리겠는데 싶을 정도로 아직 하늘이 조금씩 돌았는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핼스장으로 향한 것이다. 당연히 컨디션이 안좋은 만큼 썩 시원치 않게 운동을 마치곤 집에 돌아왔는데, '아 내가 미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출근을 해선 숙취로 인해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서 점심도 거르고 숙취약과 두통약을 챙겨 먹고선 저녁에나 되야 겨우 몸이 회복 되었다. 


그러고도 몇일 빡빡한 모임과 연말 바쁜 일과 중에서도 운동을 하루도 쉬지 않았고, 2020년의 첫날 저녁 기어코 몸살을 앓았다. 콧물과 기침의 감기는 가끔씩 오는 편이지만 몸살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안날 만큼 오래전에 앓아보곤 오랜만이었다. 이틀이나 출근도 못하고, 나의 무리했던 생활에 후회는 해봐야 소용은 없었다. 이틀을 집에서 보내면서 잠도 자고 책도 읽을 수 있어 은근히 좋았지만, 40년 넘게 써먹은 몸뚱이가 아픈 것은 누구를 원망 할 수도 없었다. 신년엔 운동집착은 조금 내려 놓고 즐겁에 운동을 해야 하는데 과연 그게 될지 모르겠다. 유튜브를 보면 운동 유튜버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채찍질 해야 몸이 좋아 진다고 난리를 치던데, 천상 약골인 나는 이정도 무리를 했다고 몸살이 오고 그러냐.. 이러한 과정도 지나가면 또 잊혀 지겠지. 그나저나 다음주도 억지로라도 몇일은 쉬었다가 운동을 복귀해야 겠다. 


202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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