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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이 Apr 11. 2019

잔인한 4월

소상공인에게 4월이란


제주사람에게 4월은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달이다. 비극의 4월, 4.3의 기억때문일 것이다. 4.3에 관한 글을 적으려는 것은 아니다. 제주지역에서 작은 매장을 꾸러나가는, 특히 개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소상공인게게 있어의 4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작년 4월, 지금의 매장을 계약을 했다. 눈이 너무 높아진 것이 문제일까, 혹은 지난 4년여간 햇볕이라곤 들지 않는 곳에서 생활을 해서인지 볕을 보고 반한 것 일지도 모른다. 나름 수익계산을 해본다며 깊은 고민을 한다고는 했지만 맘에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매장 연세가(제주에서는 월세가 아닌 연세이다. 1년치 임차료를 한꺼번에 지급한다.) 3배가 넘게 비싸진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좋은 자리에서 열심히 하면 매출이 오를 것이라 생각했으니깐.  작년 4월과 5월 두달은 정말 힘들 시간이었다. 목돈이 들어 가는 날짜를 받아 놓고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70프로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미 대출을 받아서 계약금을 걸어 둔 상황이라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공사가 들어가는 7월초, 건물주를 뙤양볕에서 한시간 붙잡고 사정하고 부탁하고 반 협박해서 연세 25프로를 깍아 내었다. 나름의 선방이고 협상의 승리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는 말이다.(지금은 생각이 다른다..) 그래도 여전히 기존 매장보다 2.5배 정도 오른 연세 규모 였지만 충분히 매출로 감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매장을 이전하고 9개월. 성수기때는 어디라도 손님이 많고 잘 되니 높은 세부담이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비수기이다. 회사가 자금의 유동성이 여유가 있다면, 1년의 매출 전체의 이익을 판단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 달의 매출로 은행 원리금으로 상환하고 상품 제작에 재투자 하는 등으로 전부 사용해 버릴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선 예상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숨이 턱 막혀 온다. 특히 일정부분 대출이 있는 입장에서 (사업자 대출, 주택 부동산 담보 대출 등 없는 자영업자 있는가! 있다면 축하드립니다..),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은 알고도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부가세 신고, 부가세 예납(4월말까지 또 부가세 예납해야 한다.) 종합소득세 신고와 그의 예납은 왜이렇게 자주 돌아오는지. 매출이라는 숫자는 있지만 헛된 숫자일진데 그에 따라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왜 또 이리 올라가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높아진 고정비와 부진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비용을 투자하며 국내외에서 물건도 구매하고, 제작도 하고 있다. 어쩌면 조만간 작년 인테리어 공사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매장의 출입문을 공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나아갸야 할 방향과 복합공간으로서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말은 하지만 맘 한편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뒤쳐질지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일지 모른다.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이 잔인한 4월을 지나면 따뜻한 여름이 오겠지. 따듯한 여름날을 위해 몸매를 준비하는 것처럼 우리도 여름날의 성수기를 위해 우리를 좀더 탄탄히 다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만의 디자인 상품도 있어야 하고, 제주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소품도 셀렉해야 한다. 내가 준비가 되어있어야 당당히 팔뚝이라도 걷어 보일 것 같아서 그렇다. 여름을 위해서 열심히 몸을 만들어 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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