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은 높이고, 낭비는 줄이고
중국에서는 구걸도 큐알코드로 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와서 직접 보니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중국에서 현금은 이제 거의 보기가 힘들어졌다. 휴대폰으로 큐알코드를 스캔하여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몇 군데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부터 노점상까지 거의 모든 결제를 이런 방식으로 하고 있다.
식당이나 음료점에서도 매장의 큐알코드를 스캔하여 메뉴를 보며 선택하고, 결제까지 완료하면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매장에 들어가서 종업원과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주문과 결제를 끝낼 수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왜 그리도 대단한 사람으로 칭송받는지 알 것 같았다. 또한, 이로 인해 가능해진 중국의 공유경제 시스템의 발전도 나를 놀라게 했다.
- 이동수단의 공유경제 시스템
길거리 곳곳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에는 고유 큐알코드가 붙어있다.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바퀴 옆에 붙어있는 자물쇠가 열리고, 탄 시간만큼 돈을 지불한다(10분마다 1위안(한화 약 165원)). 사용 후에는 어느 곳에나 세우고 수동으로 자물쇠를 잠그면 이용이 완료된다. 따로 지정된 장소에 반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데, 동시에, 자전거가 내가 있는 장소와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또, 이용 가능한 자전거의 위치를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그 지점까지 걸어갔는데, 눈앞에서 다른 누군가가 이미 큐알코드를 스캔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의 그 허탈감이란.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캠퍼스 내의 전기 오토바이도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굳이 개인 오토바이를 구매하지 않고도 한여름에 오르막길을 자전거로 오를 필요가 없어 매우 만족스럽다. 중국의 기존의 오토바이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규제의 일환으로 거의 다 전기 오토바이로 바뀌었는데,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으나 소음과 오염이 거의 없다는 면에서 이 정책은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차량 공유시스템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편리하다. 휴대폰 어플을 통해 사용자는 택시, 개인 차량, 이용인원에 따른 차량의 크기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나와 같은 외국인 유학생이 이용하기에는 목적지를 미리 지도상에서 찍은 후 차량을 부르기 때문에 목적지를 설명하느라 소통에 애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 난감한 상황을 보완해주는 대여 시스템
이처럼 휴대폰으로 많은 일들을 해결하기 때문에, 휴대폰의 배터리가 아주 중요하다. 이에 따라, 여러 상점에서 대여용 보조배터리 기계가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기계의 큐알코드를 스캔하여 잠금이 풀리는 보조배터리를 대여하여 사용 후(보통 1시간에 3위안(한화 약 500원)), 이동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다른 지점에서 반납이 가능하다. 가방에 무거운 보조배터리를 종일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지만, 배터리가 아주 나갔을 때에는 스캔마저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어, 근처의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대여 후 전원이 켜지면 돈을 보내주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한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또 한 가지는 우산 대여 시스템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마다 우산을 새로 사는 바람에 집의 신발장에 쌓인 우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집에 몇 개나 있는 우산을 두고도 비를 막기 위해 또 새 우산을 사야 할 때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산을 챙겨 오지 못해 급할 때 대여했다가 반납하는 시스템을 이용하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개인 소유가 아니다 보니 함부로 사용하여 고장이 잦은 현상은 공유경제 시스템 운영에 있어 해결해야 할 하나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면에서의 공유경제는 급한 상황에서의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주고 자원 낭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