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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May 28. 2020

수전 아불하와, <예닌의 아침>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지난 번 썼던 볼프강 벤츠의 <홀로코스트>가 독일 나치당에 의한 학살을 담고 있다면, 수전 아불하와의 <예닌의 아침>은 유대인에 의한 팔레스타인인의 학살을 담고 있다. 유대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 유대인이 홀로코스트의 최대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결국 유대인은 과거 히브리 왕국의 영토였던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지방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을 세울 수 있었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과의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유대인은 세계 각국의 지원으로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지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지역에는 이미 아랍인이 살고 있었다. 유대인은 아랍인과 공존 또는 전쟁이라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유대인은 대화보다 폭력을 선택했다. 1948년 제1차 중동전쟁을 시작으로 2014년 기자 지구 폭격까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은 협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끊임없는 반복과 갈등을 겪고 있다.

팔레스타인(출처 : 픽사베이)
40대에 걸친 출산과 장례, 결혼과 춤, 기도와 무릎 상처. 40대에 걸친 죄악과 자선, 요리와 노동과 나태, 우정과 적의와 조약, 비와 사랑. 40세대에 걸친 기억과 비밀과 추문. 이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어갔다. - p.54
6개월 동안, 유세프는 몸 구석구석에 흔적을 남긴 고문과 이유 없는 구타를 견뎌냈다. 그는 여자들과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앞에서 발가벗어야 했고, 무릎을 꿇지 않으면 꼬마아이를 때리겠다고 위협하는 군인의 발에 입을 맞춰야 했다. - p.155


 <예닌의 아침>은 이스라엘이 세워지면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좇겨나 살아야 했던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대인은 부재자재산관리법을 제정하여 아랍인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은 뒤 빈집에 들어가 정착했다. 팔레스타인인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살면서 주류로부터 배제된 '2등 시민'으로 살았다. 유세프는 '아무 이유 없이' 여자들과 자산이 가르치는 학생들 앞에서 발가벗어야 했고, 무릎을 꿇지 않으면 꼬마 아이를 때리겠다는 협박에 군인의 발에 입을 맞춰야만 했다. 유대인은 뉘른베르크 법 제정 이후 독일에서 받은 차별을 고스란히 팔레스타인인에게 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켜 소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여성에게조차 병역의 의무를 지우는 이스라엘은 시민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팔레스타인인은 군인이 되지 못하도록 한다. 팔레스타인인은 병역의 의무로 얻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출처 : 픽사베이)


 최근 팔레스타인 분쟁은 군인을 상대로 하는 전쟁보다는 민간인을 상대로 한 학살에 더 가깝다. 최근 집중 폭력을 당한 가자 지구는 좁은 영토에 비해 팔레스타인인 밀집율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실제로 유엔 인도주의조정국(UNOCHA)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가자 지구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2104명이며, 이들 중 민간인 사망자는 1462명(어린이 : 495명, 여성 : 253명 포함)이다. 민간인 사망자 비율이 대략 69% 정도이며, 이는 가자 지구 폭격은 이스라엘이 자행한 인종 학살이라고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출처 : 픽사베이)

 이스라엘은 건국하기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대인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였다. 하지만 유대인은 나치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여 팔레스타인인에게 행하고 있다. 나치처럼 조직적으로 학살하지는 않더라도 인종에 따라 '2등 시민'으로 취급하며, 민간인이 많은 지역에 집중 폭격을 가했다. 결국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동시에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된 셈이다.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인종 차별로 인한 홀로코스트는 과거의 일이 아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홀로코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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