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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Jul 29. 2023

하워드 진, 『달리는 가치 위에 중립은 없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내가 사랑하는 건 조국, 국민이지 어쩌다 권력을 잡게 된 정부가 아니라고 설명하려 애썼다.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것은 독립선언서의 원칙들- 정부는 인위적인 창조물로서 모든 사람이 삶과 자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에 전 세계의 남성과 여성, 어린이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들 자신의 정부나 우리의 정부에 의해 빼앗길 수 없는 삶의 권리를 가진 사람들 말이다- 을 신봉하는 것이다. - p.9


실천과 강의를 뒤섞고, 교육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쟁점들에 관해 중립적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자기 학생들도 함께 하기를 바라는 교사들이 학교 밖에서 벌이는 투쟁 현장과 강의실을 왔다 갔다 함으로써 나는 언제나 전통적인 교육의 수호자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교육이라 함은 단지 새로운 세대로 하여금 낡은 질서에서 적당한 자리를 찾도록 준비시키는 것일 뿐, 그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매학기 첫 강의마다 내 학생들에게 그들이 나의 관점을 듣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이들의 관점도 공정하게 다루도록 애쓰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나와 의견을 달리 하라고 격려해 주었다. - pp.15~16 


나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객관성을 가장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달리는 기차 위의 중립은 없다’고 말하곤 했다. 몇몇은 이 은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는데, 어떤 학생들은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그 의미를 자세히 분석해 보기까지 했다. 다른 학생들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아챘다. 이미 사태가 치명적인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여기서 중립적이라 함은 그 방향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 p.16


사람들은 경험이 풍부하다. 그들은 변화를 바라지만 무력하고 고독하다고 느끼며, 다른 것들보다 웃자란 잔디 잎사귀가 되어 잘려나가길 원치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첫 번째나 두 번째로 움직여 신호를 보내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어떤 시기에서는, 대담한 사람들이 나타나 위험을 무릅쓰고 첫 번째로 움직이고 다른 이들이 그들이 잘려나가지 않도록 신속하게 뒤따르게 된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그러한 첫 번째 움직임을 만들 수도 있다. 이는 터무니없는 공상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과거에, 심지어 아주 가까운 과거에도 거듭해서 이루어진 변화의 방식이다. 매일매일 우리에게 쏟아지는 사진과 이야기들의 홍수에, 현재에 너무 압도당한 나머지 우리가 희망을 잃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19


이때쯤에 나는 법과 정의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의식하고 있었다. 나는 법의 자구가 현실 상황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만큼 중요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고소를 할 수는 있었지만, 소송은 몇 년이고 계속될 것이었고 나는 돈이 없었다. (중략)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싸움에 내 인생을 구속시킬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마지못해 현실에 굴복했다. 이런 경우 ‘법의 지배’란 보통 변호사 비용을 댈 능력이 있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걸 뜻하는 것이며, ‘정의’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것이었다. - pp.63~64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받는 보상은 미래의 승리에 대한 전망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 있다는, 함께 위험을 무릅쓰며 작은 승리를 기뻐하고 가슴 아픈 패배를 참아내는 과정에서 얻는 고양된 느낌이다-함께 말이다. - p.118


폭력의 희생자들을 지켜 주기 위해, 고난을 줄이고 위협받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만들어 주기 위해 무언가 행동이 필요하다. 행동은 집중적이고 조절되어야 하며 희생자들과 그들이 직면한 재난 사이에 개입해야 하지만, 더 많은 희생을 낳아서는 안 된다. 또 그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적 긍지를 희생해서라도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국경선보다 인간의 생명을 중시해야 하며, 전쟁 없이 정의를 달성하기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할애해야만 한다. 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의 관건적인 문제라고 본다. 어떻게 인간의 독창성, 상상력, 용기, 희생, 인내심에서 전쟁의 대체물을 찾을 것인가? 그렇다. 인내심이다. - pp.140~141


역사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만약 당신이 어제 태어나서 과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면, 정부가 하는 말을 무엇이든 쉽게 믿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것이 정부가 주어진 사례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절대적으로 입증하지는 않더라도- 의심을 품을 수 있고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진실을 알게 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 p.146


오랜 세월 동안 나는 많은 죄수들을 만났고 매사추세츠의 악명 높은 월폴 교도소에서도 최고의 보안 수준을 자랑하는 9동에서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몇몇 교도소에서는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나는 투옥이 범죄 문제의 해결을 가장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것은 범죄의 희생자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보복하겠다는 생각을 영속화시킴으로써 우림 문화에서 끝없는 폭력의 악순환을 유지시킨다. 투옥은 잔인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처벌을 받는 대부분의 범죄의 근원에 있는 조건들- 가난, 실업, 무주택, 절망, 인종차별, 탐욕-을 근절시키지 않은 채 그것을 대체하는 부질없는 짓이다. 부자와 권력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대부분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 - pp.206~207


 좋지 않은 시대에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어리석은 낭만주의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가 잔혹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공감, 희생, 용기, 우애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이 복잡한 역사에서 우리가 강조하는 쪽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최악의 것들만을 본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파괴할 것이다. 사람들이 훌륭하게 행동한 시대와 장소들- 이러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을 기억한다면, 행동할 수 있는 에너지, 그리고 적어도 이 팽이 같은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가 행동을 한다면, 어떤 거대한 유토피아적 미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미래는 현재들의 무한한 연속이며, 인간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나쁜 것들에 도전하며 현재를 산다면, 그것 자체를 훌륭한 승리가 될 수 있다. - pp.28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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