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비 Jul 30. 2023

오현철, <시민불복종>

저항권은 어떻게 행사될 수 있을 것인가


시민불복종은 이론적, 실천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며 정의로운 활동방식으로 규정될 수 있다. 시민불복종론은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법률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를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한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론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인 구조적 질곡을 혁파하고, 잘못된 제도에 의해 삶의 기회를 잃어버린 수많은 타인을 위해 정열을 바치는 사람들이 기꺼이 걸을 수 있는 정의로운 길이다. - p.8


인간은 불복종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불복종이 자유를 쟁취하고 신장시키기 위한 조건이지만, 동시에 자유 또한 불복종 행위의 전제조건이다. - p.17


시민불복종 이론은 다수자와 소수자를 구분하고 사회의 양심적인 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지향한다. 이 이론이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근본적인 이유에는 불복종 대상이 되는 법률이나 정책이 다수자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인종적, 지리적, 성적,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으로 영원한 다수자가 영원한 소수자를 억압할 때, 소수자는 다수자 독재 투표 체제에 불복종할 수 있는 저항권을 보유하며 소수자의 민주적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에 그들의 불복종 행위는 정당하다는 것이 시민불복종 이론의 핵심이다. - p.31


시민불복종은 항의다. 그리고 정부와 대중에게 말해지는 위협이며 정보일 수도 있다. 그것은 법률이나 명령을 의도적으로 위반하거나 법률에 대한 공적인 해석에 의도적으로 도전한다. 시민불복종은 침해된 것으로 생각되는 공공적 관심사의 원칙에 대한 호소를 포함한다. 시민불복종은 완력의 강제로서의 폭력이나 설득의 강제로서의 폭력 또는 단순히 극적인 장치로서의 폭력을 포함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불복종은 폭력에 의한 완력의 강제와 정부‧헌법의 전복을 결합할 수는 없다. - p.112


평등의 논리로 법률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요구하는 주장은 결과적으로 소수에 대한 다수의 지배를 정당화할 뿐이다. 소수자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권리가 박탈된 상태로 방치될 수 있으며, 그들에게 언론의 자유와 투표의 권리가 주어져 있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수입, 주택, 교육 등의 문제에 관한 투표에서 다수자들에 의해 압도당하거나 경제적‧사회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다수자에 의해 착취당할 수 있다. - p.27


한국에서의 시민불복종 운동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일반적인 시민불복종 원리가 적용되는 경우로 주권자인 국민 대다수의 의견에 의회 내 다수자가 복종하여 법률을 제정하거나 행정부가 입안, 집행하는 정책이 소수의 정당한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때 그 소수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둘째, 낙천낙선운동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의회 내 다수자가 국민 대다수의 정당한 의지와 의견에 복종하기를 거부할 때 국민들은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 경우 불복종 운동은 형식적으로는 시민불복종의 모습을 띠지만, 실질적으로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 행위로서 정당한 주권 행사다.

그리고 한국의 시민불복종은 내용에서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첫째, 일제 강점기와 군부 독재 시절에 거쳐 아직까지도 내려오는 법체계의 전근대성‧비합리성‧비민주성에 의해 자행되는 기본권 침해의 철폐(국가보안법, 노동악법, 선거관련법 등). 둘째, 새로운 권리 의식과 도덕 의식에 부적합한 법의식에 의해 강요되는 권리와 인격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의 철폐(동성애 억압 금지, 여성을 차별하는 호주제의 폐지, 장애자 보호를 위한 법률들의 현실화, 행복추구권‧환경권 등의 구체화, 생화세계의 전근대성을 정당화‧공고화했던 법률과 제도에 대한 저항 등)이다. - p.33


시민불복종은 공개성, 공공성, 의도성, 비폭력성, 위법성, 불가피성의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공공성은 시민불복종의 목적이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이나 이기적인 집단 이익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의도성은 구체적인 행위의 이유와 결과를 행위자들이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비폭력성은 폭력이나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의사소통 행위와 상징적 방법만을 사용한다는 점을, 위법성은 현존하는 법률을 위반하다는 점을, 불가피성은 사전에 적법한 절차를 통한 법 개정 노력의 좌절 때문에 법 개정을 위한 위법 행위를 피할 수 없음을 각각 의미한다. - p.41


모리얼(John Morreall)은 시민불복종이 폭력을 포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폭력은 완력의 한 형식이고, 완력은 시민불복종에서 연좌농성, 도로에 눕기, 대규모 납세 거부 등의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모리얼이 판단하는 시민 불복종은 저항의 목적을 쟁취하기 위한 지렛대로서 완력을 사용하거나 지속적으로 완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형식이다. - p.104


오늘날 그와 같은 영웅적 희생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왜 인간은 그다지도 쉽게 복종하는가? 그리고 불복종하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 스스로 국가나 교회 또는 일반적인 여론에 복종하고 있는 동안에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불복종하기 위해서는 홀로 있을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르고 죄를 지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 용기가 부족하다.” - p.141


 민주주의는 법률에 따라 통치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를 빙자하여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는 자들은 언제나 지배자, 악법을 통해 이득을 얻는 기득권자, 왜곡된 사회 속에서 그 악법을 통해 이익을 차지할 수 있는 자이거나 그들에게 빌붙는 자였다. 그러나 ‘악법’이라는 말은 이미 그 법이 정당하지 못한 규율임을 내포하고 있으며, ‘법이다’라는 말을 통해 부정한 규율을 강제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이 말은 지배자들이 강압을 통해 피지배자들에게 악법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려는 비민주적 의지를 담고 있다 .이에 맞서 특정 법률이나 정책을 현명하지 못하거나 부정의한 것으로 생각하는 비판적 불복종자들은 저항을 계속해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와 명령과 관행에 대한 소수의 항의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참된 민주주의는 불복종자들을 필요로 하며, 이들의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항의 위에서만 발전할 수 있고, 진정으로 참된 민주주의라면 이러한 불복종자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다. - pp.171~172

매거진의 이전글 토머스 페인, 『상식, 인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