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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Sep 01. 2023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는 유기체이다

 

우리는 삶을 살 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주도적 선택권이 있기를 바란다. 그러한 이유에서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이끌려가는 단순한 오락보다는 자신이 선택해서 만들어 가는 내러티브적인 오락을 선호한다. 또한 수동적으로 고정된 채널의 TV를 보기보다는 여러 개의 채널을 돌려가면서 보는 것을 더 즐겨하며, 더 나아가서는 인터넷 상에서 웹서핑을 하면서 본인들이 보고 싶은 내용을 주도적으로 선택해 나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거리를 걷는 행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보행자가 선택권이 없는 길을 걷는다면 이는 마치 채널이 하나밖에 없는 TV처럼, 수동적이고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과 같다. 반면, 출입구를 통한 선택권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주어진다면 그 거리는 보행자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자기 주도적인 삶의 체험을 제공해 주는 거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거리에 다양한 상점 입구의 수는 TV 채널의 수나 인터넷의 하이퍼링크 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 p.26 line 3~16     


2002년에 노벨상을 받은 MIT의 호비츠 교수에 의하면, 많은 세포들이 자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일부 세포는 스스로가 일정 시간이 되면 스스로 자살하듯이 소멸되고 새로운 세포로 적극적으로 교체되는 것이 생명체 고유의 특성임을 밝혔다. 이렇듯 살아 있는 생명 시스템은 세포를 끊임없이 없애고 새로운 물질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여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오래된 세포를 교체시키면서 성장한다생명체에 이러한 성장발전진화가 있듯이 도시에도 성장발전진화가 있다. - p.125 line 7~14     


더 많은 이벤트는 심리적으로 기억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 많은 기억들이 같은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길게 느껴지면 공간은 더 크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같은 원리에 의해서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하려면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해야 하고,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하려면 기억할 사건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기억할 사건이 많게 하려면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왜냐하면 우리는 사건들을 느낌과 감정으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 p.291 line 1~8     


바둑 게임의 규칙은 특정 바둑돌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위치에 의해서 돌의 기능이 정해지는 것이다. - p.321 line 4~6     


예전에 유명 여배우가 재벌 집에 시집을 갔을 때 기존의 며느리들이 그 여배우와 선을 긋고 싶어서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는 영어로 대화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여배우가 영어를 배워서 오니 자기들끼리는 불어로 이야기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사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 이야기가 전해 주는 것은 인간은 끊임없이 신분 계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계층이 만들어지면 시스템에 의해서 자신의 권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나는 너와 다르다’는 것을 의상으로, 말투로, 자동차로, 핸드백으로, 학교로, 사는 동네로 구분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이 우리의 발전을 채찍질하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뭐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현재 지난 수십 년간 자본주의 원리에 의해서 형성되었던 주택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임대주택을 융화시켜 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자 기존 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옹벽보다도 더 심각한 벽이다. 우리나라에 브랜드를 가진 대형 아파트 단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집단 차별화 의식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 p.363 line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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