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주는 위안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국가의 유죄판결 앞에서도 조금도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서 비난을 퍼붓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상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그의 확신은 급한 성격이나 황소 같은 우직한 용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철학이었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은 끝까지 이성적으로 남을 수 있는 신념을, 즉 비난에 직면할 때면 흔히 보이기 쉬운 병적인 흥분이 아닌 확신을 부여했다. - p.15 line 4~11
어느 사회나 구성원이 타인으로부터 의심을 받지 않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믿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관념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사회 관습의 일부는 법전으로 명문화되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상식”이라고 불리는, 윤리적 판단과 실용적 판단이라는 거대한 집합체 안에 보다 직관적인 것으로 녹아 있기도 하다. - p.17 line 1~6
우리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의 적의를 두려워해서만은 아니다. 그것에 못지않게, 사회적 관습이라는 것은 당연히 그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치부해버리는 각자의 내적 인식에 의해서도 의문을 품으려는 의지는 곧 잘 꺾여버린다. 심지어 그 근거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관습들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지켜져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좀처럼 의문을 품지 않는다. 우리는 사회가 어떤 신념을 정착시키는 과정에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 있고, 또 그런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나 혼자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따라서 접근하기 어려운 진실을 추구하는 선구자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문이 생기더라도 쉽게 무시해버리고 그저 다수를 따른다. - p.21 line 2~13
진리는, 만약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언제나 더 이상 논박할 수 없는 주장 속에 존재해야 한다. 어떤 주장에 대한 이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곧 그 주장에 담긴 오류들을 발견해 나가는 일이다. - p.37 line 2~5
진정한 친구들은 절대로 우리를 세속적인 잣대로 평가하지 않으며,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의 내면적인 자아이다. 이상적인 부모처럼, 우리를 향한 친구들의 사랑은 우리의 외모나 사회적인 지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 앞에서는 낡은 옷을 걸치거나, 올해는 돈을 거의 벌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전혀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아마 부에 대한 욕망도 호화로운 생활을 향한 단순한 갈증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더 중요한 동기는 다른 사람의 좋은 평가를 받고 싶고 훌륭한 존재로 대접받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우리는 단지, 만약 돈을 모으지 않았더라면, 우리를 무시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심과 관심을 끌어내려는 이유만으로도 부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삶의 기초가 되는 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진정한 친구는 큰 재산으로도 얻을 수 없는 사랑과 존경을 베푼다는 점을 인정했다. - p.81 line 9~21
독립을 누리는 대가로 보다 검소한 생활방식을 택하면서 일종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그들이 가진 돈은 보잘 것 없을지 몰라도 대신 그들은 다시는 불쾌한 상관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되었다. - p.82 line 6~9
우리 인간은 자신의 도덕적 가치를 언급하는 것으로 항상 자신의 운명을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는 정의의 눈길이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저주를 받거나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들 모두가 언제나 우리 자신에 대한 어떤 암시를 하고 있지는 않다. - p.127 line 22~25
우리가 모든 좌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인류의 위대한 성취는 별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가 가진 독창성의 원동력은 “이것이 꼭 이런 식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 p.143 line 1~3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면 무엇이든 야만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자기 나라의 관습이나 사고방식 외에는 달리 진실이나 올바른 이성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자기 나라에서 완벽한 종교와 완벽한 정치 형태, 그리고 모든 일을 처리하는 가장 발전되고 완벽한 방법을 찾게 된다. - 『수상록 1』 - p.192 line 11 ~ p.193 line 3
사랑의 가장 심오한 미스터리의 하나는 “왜 하필 그 남자인가?”와 “왜 하필 그 여자인가?”이다. 하고많은 후보자들 중에서 우리의 욕망이 바로 그 존재에게 그토록 강하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가장 계몽적이지도 않고, 그들의 습관 또한 가장 적절한 것도 아닌데, 다른 모든 사람을 제쳐두고 서로를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훌륭한 의도임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객관적으로 보아서 매력적이고 또 함께 살기에 더 편할 수 있을 것 같은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성적 관심을 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p.256 line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