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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Oct 06. 2023

연극 <연적> 관람 후기

김준희, 김동준, 장혜민 배우님


 2023년 10월 5일 오후 7시 30분,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연극 <연적>을 관람하였다. 대학로 유니플렉스는 처음으로 방문하였는데 건물 1동이 중소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로 이루어져 있고 주차장도 있는 등 크기에 놀랐다. 지금껏 가봤던 극장 중에선 가장 좋은 건물이었다. 좋은 건물이었던 만큼 공연장 내부도 굉장히 컸는데 기쁜 마음으로 연극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연극 <연적>은 김호연 작가의 소설 <연적>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김호연 작가는 이미 소설인 <불편한 편의점>, <망원동 브라더스>가 연극으로서 큰 성공을 거뒀다. 비록 연극을 보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아 연극 <불편한 편의점>과 <망원동 브라더스>를 보지 못하였고 소설 <연적>도 읽지 못하였지만 작가가 작가인지라 기대가 컸다. 그리고 연극 <연적>은 이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내용은 워낙 간단하다. 한 여자가 죽자 전전남친과 전남친이 그녀의 유골함을 그녀가 원하는 장소에 뿌려주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서로 연적(戀敵)이었던 관계에서 알코올의 힘으로 그녀와의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친구(?)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변화하는 과정이 바로 연극의 핵심적인 내용이 아닐까 싶다. 서로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장소가 변화할 때마다 그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슬퍼하고, 그녀를 잃은 상실감을 오직 그녀만을 위한다는 목표 하에 함께 행동하며 연적이 아닌 친구로 바뀌는 과정. 이것이 바로 연극의 핵심적인 내용이 아닐까 싶다.

 연극을 보면서 전전남친과 전남친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뻥 뚫린 산과 바다를 좋아했다는 이유로 유골함에 갇혀 있는 것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그들의 태도는 나의 가치관가 너무나 달랐다. 죽음과 관련한 내 모토 중 하나가 "죽은 사람을 가여워하는 게 아니라 산 사람을 가여워하여야 한다"이다. 그런 관점에서 그들의 행동은 죽은 그녀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사실 그녀에게 미안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용서받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연극의 캐릭터가 현실적이었고, 각 캐릭터가 자신만의 색깔로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유머로 가볍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연극의 주제가 죽음과 관련된 내용이면 오히려 무거운 분위기를 풀기 위하여 다소 경박해질 수도 있는데 캐릭터의 색깔로 유머있게 풀어나간 것이 너무 과하지 않아 좋았다. 그와 더불어 각 캐릭터가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갖고 있는데 둘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캐릭터라 좋았다. 한 마디로 스토리 자체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그와 더불어 스크린으로 캐릭터의 생각을 보여주는데, 배우의 독백이 아닌 일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산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김준희(고민중 역), 김동준(앤디강), 장혜민(한재연/미수) 배우님이 연기를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김준희 배우가 회상 장면에서 우시다가 현실로 바뀌자 감정을 잡으시는 모습과 장혜민 배우가 한재연과 미수를 연기하셨는데 두 사람의 느낌이 너무 달라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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