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6일 오후 8시, 대학로 시온아트홀에서 연극 <은하백만년의전쟁사>를 관람하였다. 포스터와 제목을 보자마자 연극이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 궁금하였다. 포스터와 제목이 7080 에니메이션 느낌이 굉장히 강했고, 시놉시스를 봤을 때 펜데믹 이후 바이러스에 걸린 난민들 간의 싸움일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연극 <은하백만년의전쟁사>는 팬데믹 이후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맞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걸린 난민들 간의 싸움은 없었다. 오히려 팬데믹 이후 국가는 보건 파시즘으로 인해 바이러스로부터 건강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바이러스에 걸린 국민은 살처분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그래서 바이러스에 걸린 두 남녀는 지중해의 섬으로 밀항하기 위해 브로커를 찾았다. 두 남녀는 옛 공연장에 갖혀 밀항선을 기다리면서 바이러스와 사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즉 제목에 있는 전쟁은 난민과 난민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과 바이러스의 싸움, 나아가 국민과 국가와의 싸움을 의미한 것이다.
연극은 약간의 병맛(?)적인 요소가 많다. 그래서 처음엔 사실 후회를 하기도 하였다.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감조차 잡기 어려웠다. 그래도 연극의 내용이 진행될수록 관객으로 하여금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먼저 코로나 시대 때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너무 많은 자유를 내려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자유를 내려놓기 시작하면 정말 연극처럼 보건 파시즘이 일어나 보균자를 나치가 유대인을 태웠던 것처럼 태워버릴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와 더불어 인류의 역사는 항상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뤘는데, 현대 사회에선 바이러스보단 국가와 싸우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국가 입장에서 공익을 우선시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이런 질문들 속에서 어떤 대답을 할지 너무 어려웠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균자를 살처분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국가의 입장에서 보균자를 그대로 놨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두 남녀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데 열병 및 두통으로 인해 상당히 고통받는다. 관객인 나도 연극을 보면서 정신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연극은 두 남녀의 현실과 환상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줘 어떤 것이 현실인지 헷갈리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 내가 저 상황이라면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연극 <은하백만년의전쟁사>는 창작집단 상상두목에서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연기가 이루어진다. 박정순(브로커 역), 김덕환(시리우스80), 원인진(당신), 임지성(너), 이정진(방역자 외), 유은지(코틀러 외), 배상연(보건경찰 외) 배우님이 연기를 해주셨다. 시리우스80이 누군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바로 코로나보다 몇 백배 강한 치사율을 가진 바이러스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고 다시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연극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결코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만약 연극 속 당신과 너가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