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그 순간과 그 곳

반전이 마지막 문단에 있습니다.

by 초이

우연하게도 스모가스버그 가는 날을 주말로 정했었다. 스모가스버그가 뭐하는 곳인지 잊고 있다가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스모가스버그(Smorgasburg)는 푸드마켓으로 브루클린에 위치하여 다양한 부스에서 다양한 음식을 파는 곳이다. 주말마다 개최를 하는지라 평일에 가면 없으니 토요일에 가야했었는데 계획을 세우는 날 아무 생각없이 토요일로 가기로 정한 것이였다. 기가막힌 우연이였다.


그래도 이 곳이 음식을 먹는 곳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어서 아침에 밥을 먹지 않고 버스를 타 브루클린으로 이동하였다. 날씨도 좋아 맨하튼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브루클린의 여행이 기대되었다. 스모가스버그에 도착하니 맛있어 보이는 푸드텐트들과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가득했다. 맛있는 건 이미 소문이 났는지 어떤 텐트는 줄이 돌아돌아 길게 늘어져있지만 어떤 곳은 바로 구매도 가능했다.


동행과 신중하게 어느 것을 먹을지 한 바퀴를 돌며 물색하였고 그 중 적당히 줄이 늘어져있는 랍스터요리로 정했다.

삶은 랍스터를 불판에 구워 반을 자른 다음 볶음면과 같이 먹는 것이었는데 랍스터가 맛있었다. 하지만 특별히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후식으로는 단풍잎이 반가워 메이플 시럽을 넣은 에이드와 츄러스까지 완벽한 주말의 브런치가 완성되었다.


메뉴 선정이 별로였는지 기대하고 먹었다가는 실망할 뻔 하였다. 아무 기대 없이 여름 주말, 사람들과 들썩 거리며 메뉴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행위는 엔돌핀이 돌기에 충분하니 토요일의 맨하튼 전망을 보며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스모가스버그를 추천한다.

배가 불러 스모가스버그 인근 거리를 맴돌았다. 이 근방은 다양한 가게와 폐공장을 활용한 각종 가게가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브루클린은 가볼만한 가게들을 구글맵에 별표 하며 준비를 단단히 했었다. 다행히 친구는 별 말없이 따라와 주었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친구는 이 곳 카페에서 공짜로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카페 Devoción (69 Grand St, Brooklyn, NY 11249, United States)

깔끔한 커피의 맛이였다. 아쉽게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테이크아웃을 했다.

여름의 뉴욕은 얼음을 손에 쥐고 있는 편이 좋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더 넣어서 미스토를 만들었다.

영원히 바보일거야 혹은 영원히 바보로 살거야

별표로 찜한 가게들을 다 둘러보고 페리를 타서 브루클린 브릿지로 이동했다.

나의 목적은 첫번째 뉴욕여행과 마찬가지로 해질녘 노을의 시간은 끝나고 밤의 장막이 막 덮일 시점에 다리를 건너는 것이라 아직 해가 남아있는 이 곳에서 해야 할 것이 많았다.

뉴욕에서 한달이나 있었으면서 덤보사진 하나 안 찍었다니. 그때의 나는 혼자였고 드라마에서만 보던 브루클린은 범죄의 온상지였다. 심지어 정류장까지 잘 못 내려 길을 헤맸을 때는 겁이 나 얼른 맨하튼으로 돌아갈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비록 지하철에서 잘못 내려 덤보를 못 보기는 했지만 쥬니어스 치즈케이크 매장을 발견해 한 판을 사서 숙소에 두고두고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왔고 다리 사이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알차게 넣어서 사진도 찍었다. 다른 관광객들이 찍어온 덤보사진들을 보았을 때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면서 여우가 포도나무를 보듯 감흥이 없었지만 막상 가보니 그 포도는 달디 단 머루포도였다. 양 옆에 건물이 커서 웅장한 느낌을 주고 아치 모양의 다리 조형물이 주는 아름다움까지 관람할 수 있는 명소였다.

그리고 브루클린 투어의 마지막 가게인 줄리아나 피자가게에 도착했다.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줄이 늘어졌고 줄이 쉽게 빠지지도 않아 한참을 기다렸다.

가격대는 조금 있었지만 친구가 뉴욕에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다고 했다. 나도 기다린 만큼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피자 인생 동안 먹은 피자들과는 달랐다. 치즈의 종류가 다른 것 같다. 신선한 치즈의 맛이 간단한 피자 속 재료들의 장점만 부각하는 듯 하였다.


이 곳에서 시간을 많이 쓰느라 안타깝게도 내가 노리던 시간대에 다리를 건널 수 없었다.


검정색의 밤 시간보다는 노을이 저물어 갈 때 즈음해서 맨하튼 방향으로 꼭 다리를 걷길 추천한다. 왜냐면 그 어스름한 하늘에 별빛처럼 반짝이는 맨하튼의 스카이라인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중간 정도 건너면 야경까지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늦었다.

처음 이 다리를 건넜을 때는 뉴욕 여행 마지막 날이었어서 노을이 주는 특별한 분위기와 맞물려 눈물을 쏟았다. 반드시 뉴욕을 다시 오자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난 그 꿈을 실제로 이뤘다!

이전에는 뉴욕 여행 마지막 날이라 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스카이라인이었으면 이번에는 폭죽과도 같이 내 다짐이 이뤄진 것을 축하하는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웠다.


서른 전에 다시 이 다리를 걷겠다고 했을 때,

“서른 전에 성공해서 다시 뉴욕 오자.”라고는 다짐하지 않았다. '성공해서' 라는 조건을 지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객관적인 기준도 없는 성공이란 단어에 매달려 뉴욕 여행 여부를 결정하기 싫었다. 아마 그러면 평생 뉴욕을 다시 못 왔을 것이다.


첫번째 뉴욕 여행 마지막 날, 아름다움과 여행이 끝났다는 허한 마음에 눈물을 왈칵 쏟았던 때를 기억한다.

두번째 뉴욕 여행 브루클린 브릿지 위에서 새로운 인생 다짐을 하고 간다. 아마 다시 뉴욕을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말자고 말이다. 하루 하루 안온한 삶을 살자고, 그렇게 살다가 운이 좋으면 겨울의 뉴욕까지 볼 수 있는 축복을 누릴 수 있게되면 감사히 여기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시간도 아직 이르고 하루가 아쉬워 타임스퀘어 역에 내려 잠시 밤의 타임 스퀘어까지 챙겨주었다. 밤의 타임스퀘어는 또다른 요지경이다. 광장을 가득매운 사람들과 아직 식지 않은 여름날의 공기는 무척이나 들뜨게 했다.

반짝이는 불빛들 사이로 오랜 시간 걸었더니 피로가 두배로 쌓이기 시작했다. 무거운 몸을 겨우겨우 움직여 숙소에 도착하고


다음날 아침,


우리가 브루클린을 돌아다닌 그날 밤에 총격사건이 있었던 것을 확인하였다.


미국은 미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