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전에 뉴욕

마흔 전에 뉴욕, 환갑 전에 뉴욕

by 초이

결국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지난 뉴욕 여행 시 못했던 리스트를 넣어서 만든 이번 뉴욕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9.11 기념관이였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나름 안내표지판을 따라 갔으나 사진과도 같이 거대한 건물에 갇혀 조금 헤맸다.

그래도 표지판은 나를 포기하지 않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시간을 내어서 찾아왔으나 아침에 (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기념관은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밖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뉴욕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만 바라던 바를 모두 이루고 가는 곳 이다.

아쉽지만 아직도 잠이 덜 깬 나를 위해 블루보틀 카페에서 라떼를 먹으며 잠시 쉬었다.

푸른 하늘을 그대로 반사하는 월 스트릿을 뒤로 한채 다음 일정을 위하여 지하철역으로 돌아왔다.

동행과는 브라이언트파크에서 만나기로 했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는 넷플릭스에서 개최하는 여름밤 영화 상영회가 열린다. 여름에만 개최하는 이벤트를 참가하고 싶었으나 처음 여행에서는 봄을 즐기느라 여름의 이 이벤트를 참가할 수 없어서 아쉬웠었다. 그래서 마지막 날인 이 날에 마침 상영회가 열려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축제로 삼았다.

브라이언트파크를 가기위해 타임스퀘어 역에 내렸다. 타임스퀘어 역의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는 이 모자이크가 왜 기억에 남았는지 한동안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이 모자이크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나와 함께 지구 반대편에서 색이 바래지도록 견뎌왔구나 싶다.

일단은 주린 배를 채우고 저녁을 대비하기 위해 가장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들렸다.

맛집을 찾기 위해 후기를 찾고 식당에 사람이 많으면 기다려야 하는 일련의 수고로움조차 버거워 음식은 여행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항상 선택은 프랜차이즈이다.


그리고 팁도 필요 없다.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에 뉴욕공립도서관에 들려 기념품샵을 찾았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기념품의 디자인이 예뻐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NEW YORK

2020


이 때 지나친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사실 이 여행의 후기도 작년에 끝냈어야 하는거였는데.


생각해보니 영화는 앞에서 봐야 할 것 같아서 시작 시간보다 2시간 정도 먼저 공원으로 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사람구경을 했다.


영화는 좋은 친구들(Good fellas)이였다.

영화 뒤로 펼쳐지는 뉴욕의 마천루는 내가 있는 이 곳도 영화로 만들어 주기 충분한 아름다움을 선사해주었다.

영화는 끝이 나고 나의 여행도 끝이 났다.


이번 여행을 끝으로 나는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이루었다. 바라던 대로 서른 전에 이렇게 뉴욕에서 29의 여름을 축하했으니까 더 이상 어디를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도 욕망하는 마음도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욕망하던 마음 대신 그 자리에 자부심이 생겼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시작 전 돈이 모자라서 비행기표도 왕복으로 구매하지 못하고 편도로만 밴쿠버에 왔다. 영어 쥐뿔도 못하지만 일자리를 구하고 성실히 돈을 모아 미국 동서부 여행을 하고 한국 돌아가는 티켓까지 거머쥔 것은 비록 이력서에 적지는 못할지라도 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이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만 글이 끝나면 기승전결 꽉 찬 해피엔딩이겠지만 자부심은 한시 뿐, 그저 텅 빈 마음만이 생겼을 뿐이다. 다시 뉴욕을 가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 해 볼만큼 해 보았고 무엇을 욕망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몰라 그저 방황중일 뿐이다. 동생에게 솔직하게 터놓았다. 이제는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다고.


그리고 2020년은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이유로 여행이 불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