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기 Day-14
느긋하게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쯤 되어 스탠리 파크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매장에 들려 쇼케이스 사진을 찍었다. 두 번 출근했는데 두 번 다 전시 방법이 달라 어느 것이 맞는지 확인해보려 했다. 매장은 오피스 밀집지역에 위치해서 그런지 주말엔 한가했다.
공짜 음료를 받고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사 왔다.
해안길을 따라 쭉쭉 가니 어느새 스탠리 파크에 도착했다. 스탠리 파크에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바라보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는데 입장료가 200달러가 넘어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해변을 따라 씽씽이를 타는 기분은 가슴이 탁 트여서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나오게 만든다.
저번에는 바다를 따라 한 바퀴 돌아왔다면 이번엔 다른 길을 가고 싶어서 산길로 방향을 틀었는데 그만 하이킹의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바다에서 높게만 보였던 다리를 같은 위치에서 보게 되었다.
씽씽이를 끌고 올라갈 수 없어서 손으로 들어야 했기 때문에 온갖 욕을 하면서 나의 선택을 저주하다 보니 겨우 꼭대기에 도착했다. 도착한 정상은 사람들이 많았고 너무 목이 말라 매점에 들려 물을 사려했지만 3달러의 벽에 막혀 침만 삼키고 내려왔다.
스탠리 파크를 벗어나 도심으로 돌아오니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걸었다. 기대치 못한 산행에 배가 고파져 KFC에 들려 치킨을 사 먹었다. 사 먹고 치킨이 맛이 없네 하고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내 바로 옆에 홈리스가 앉았다. 이전 해스팅스 거리에서 겁에 질려가면서 피했던 기억에 이걸 피할 수도 없고 가만히 있자니 도저히 치킨이 먹히지 않았다. 홈리스는 밖에 개를 묶어놨는데 나보고 잘 보라고 부탁도 했다. 그런데 열 받는 게 내가 영어를 못한다고 판단했는지 손동작을 써가면서 개가 장님이라고 말을 했다. 나는 그냥 홈리스와의 첫 대화가 무서워서 그런 건데!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돌아오는 길에 야무지게 씽씽카 자물쇠도 사고 장도 봤지만 찝찝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