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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11. 2021

언젠가 퇴고할 날을 기다리며

내 글은 재미가 없다. 단어의 나열에 불과한 개인적인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해 일기장에 불과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무려 80개가 넘는 글이다. 학창 시절에 집에서 공부가 안돼 도서관에 갔듯이, 재택근무는 우리가 학생 때 왜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는지 상기시켜주는 것처럼 혼자 일기장에 쓰는 건 금방 포기하는 일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아마 공책에 적어 내렸다면 그 예상이 적중했을 것이다. 시베리아 한 복판에서 뚝 끊겨 5년 후만 지나도 그날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째 기억을 떠올리는데 열량이 소비되는 것처럼 힘들어진다. 그렇게 20대 마지막이 된 여행을 자의로 잃어버렸을 것이다.


이곳에 연재하면서 사람들이 주는 하트와 댓글이 주는 짜릿한 도파민을 자양분 삼아 어느덧 내 모든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목표를 이루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글쓰기는 예정에 없었다. 가끔 여행이 그리울 때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그날의 기억을 되새겼다. 그렇지만 글을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맞춤법 오류부터 수많은 비문의 향연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나는 이미 소정의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굳이 퇴고를 해야 하나 싶었다. 전문작가도 아닌데 그 정도의 책임감은 없었다.


하지만 조회 수가 만 단위를 넘어가 어느덧 5만을 바라보면서 친구에게 이러다 조회 수 10만 찍으면 나는 10만 작가라고 농담 삼아 얘기했다. 농담이었지만 슬슬 초조해졌다. 이 몇 만 명의 사람들이 본 글들은 내 비루한 사견일 뿐인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 그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공연히 빼았은 게 아니었나,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올 한 해 목표를 쓴 글 전부를 퇴고하기로 정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도서관에 가서 글쓰기 책을 빌린 것이다. 전문가의 글을 읽고 수정의 기준을 세워야 퇴고가 가능해질 것 같았다. 책은 나의 글쓰기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이 책에 담긴 풍부한 예시를 통해 모호하게 다가오는 글쓰기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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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가는 나에게 과제를 주었다. 무슨 글을 쓰던지 그 글에 관련된 책을 100권 이상을 읽어야 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뉴욕 여행을 위해 최소 7권의 책을 읽으면서 각 책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책에서 메꾸어서 정보를 습득했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다녀온 나라의 책을 읽으며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많이 배워서 내 글을 더 다듬어 부끄럼 없도록 해야겠다.


사실 벌써 캐나다 여행기 1권을 읽었는데 그 책에 비해 나는 밴쿠버 여행지 소개를 국소적으로 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버 센터와 플라이 오버에 대한 내용이 없는 여행기라니. 나는 밴쿠버 다운타운 야경을 내려다보지 못한 여행객이었다. 하긴 그땐 여행객이 아니라 그 불빛 속에서 살고 있던 주민 아닌 주민이였다. 하버센터 앞을 지나가면서 위로 올려다만 봤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생각을 차마 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그만큼의 돈을 한국에서 쓴 적이 없어서라는 말이 공감을 부른다.


새 글을 쓰면서 글쓰기 연습을 하고 책을 읽으며 배우면 12월 정도에 퇴고를 완성하면 좋겠다.


문장을 바람으로 끝냈다.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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