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연신 물을 마셨다.
갈증이 머릿속을 장악했는지
아이는 수도 아래로 머리를 넣고
머리카락을 적셨다. 가난이 죄는 아닐진대
아이는 배고픔에 물만 마시는 중이다.
지금은 없는 어렸을 적 풍경이다.
가난했던 그 시절 운동화가 신고 싶어
고무신을 던져버리고 맨발로 집으로 올라가
아버지에게 조르던 철없던 그 시절.
내 아버지는 갈라진 손으로 나뭇가지를 엮어
삼태기를 만들어 하얀 운동화를 사다 주셨다.
그날을 생각하면 갈라진 당신 손이
그리도 안보였는지 운동화 늘 장롱 속에
모셔두고 바라만 봐도 행복했던
그 옛날 아버지는
철없는 딸이 야속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