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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순 Jan 21. 2021

치유의 하루

문틈 사이로 겨울이 비집고 들어오면 꽁꽁 얼었던 발이

얼얼하다. 고무신에 눈 쌓인 길을 저벅저벅 걸었던

어린 내 동생과 나는 시리도록 매서운 경기도의

겨울을 보냈었다. 신발을 뚫고 들어오는 동장군이

가녀린 발가락을 얼렸다. 파랗고 빨간 발이 가을에

단풍 처렁 울긋불긋했었다. 여우가 나온다는

비탈길을 골목길을 숨 한번 쉬지 않고 달리던

그날은 아버지가 새끼줄을 꼬아 바구니를 팔아

양미를 사 오는 장날이었다. 울타리를 넘어

생선 굽는 냄새가 마당에 가득했었다.

감자를 으깨어 감자범벅을 만들어 놓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리들을 기다렸었다.

장날마다 보이던 양미리 특식은 무척이나

고소하고 달달한 향기를 품고 있었다.

철없던 어린날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주름살과

함께 흐르고 흘러 내 얼굴에 주름을 새긴 지금

난 맛있는 고등어자반을 구어 가면 가족을 기다린다.

힘들고 버거웠을 하루에 치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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