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영역을 넓히는 습성이 있다. 내 영역이 아닌 그녀의 방을 내 영역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침대 위에서 깊은 잠에 빠진 그녀의 숨소리가 아래까지 타고 내려와 내 귀를 간질이는 순간 내 눈은 반짝거렸다. 짧은 발로 타닥타닥 올라가 침대 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때! 갑자기 그녀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와 꽁지 빠지게 내 영역으로 도망쳐왔다. 그녀가 ‘난 너의 집사야’라고 말했었다. 인간 세상에서는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을 ‘집사’라 부른단다. 나는 아기 고양이다. 저들의 표현으로는 ‘아깽이’라고 하더라. 나는 사료를 아작아작 깨물어 먹지 못하고, 작은 사료 한 알을 삼키기 위해 세 알 정도는 방바닥에 흘려버리는 아깽이다. 기억력도 부진해서 자고 일어나면 들었던 말을 잊어버린다. 그녀의 말 전부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집사’라고 말한 것만큼은 기억한다. 집사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 짧은 다리로 침대 위를 올라가려고 했다. 역시나 너무 높은 침대. 방바닥에 쌓아둔 책들을 계단 삼아 한 칸, 한 칸을 힘겹게 올라갔다. 그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용기가 생긴다. 고양이는 야행성이 분명하다. 어둠은 나에게 용기를 준다. 빛보다는 어둠이 편하다. 창밖의 어둠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실루엣이 어른거린다. ‘아니 웬 고양이람?’ 창가를 지나가던 고양이 오빠가 창문에 얼굴을 들이밀고 아기구나! 너.”“반가워 아가야.”길쭉한 어금니를 보인다. 하얀색 털에 노란 무늬를 가진 길고양이가 내 창가를 떠난다. 이제는 비어버린 창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집사의 얼굴에 손을 얹고 잠을 청한다. 그녀와 나의 숨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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