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좀비를 만나다
심은경의 꺾어지는 관절 좀비 연기가
잔상처럼 떠올라 더운데도 등이
오싹해지는 밤이다.
열 번 먹어서 공짜로 생긴 쿠폰으로
아메리카 한잔을 들고
메가 박스로 향했다
영화를 보려면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달라는
남편님의 간곡한 말씀에 따라
맥주캔에 검은 봉지 옷을 입히고 걱정반 기대반에 영화관
13번 14번 자리에 자리에 앉아
서늘한 에어컨 바람에 나를 맡겼다.
트럭에 치인 고라니가 죽었다가 살아나면서
영화 부산행은 시작되었다.
펀드 메니져 공유는 별거 중인
아내에게 딸 수안이 엄마에게 가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
어린이날 사다준 게임기를
생일날 다시 사다 주면서
무신경했던 자신을 탓하며
생일 선물이라며 부산 엄마에게
데려다 달라는 딸
수안의 손을 잡고 부산행 열차에 오른다.
막 떠나려는 열차에 감염된 심은경이
타면서 좁은
열차에서의 목숨을 도망이 시작된다.
부산행은 지금껏 봐온 여행 중
가장 재미있는 영화였다.
딸을 지키는 아빠 임신한 아내를 지키는 남편
여자 친구를 지키는 학생
영화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물었다.
"남편 만약 영화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공유처럼 혹은 임신한 부인의 남편처럼
여자 친구를 지키던 남자처럼
나를 지켜줄 거지"
묻자 그가 말했다.
"당연하지 "
당연하지 말하는 그가 부산행의 그들처럼
느껴져서 행복해진다.
맛있는 저녁과 함께 우리들의
영화 나들이는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