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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그녀 말하다

by 이장순

그래요 모른 척할 걸 그랬어요

안다고 변하는 것은 없는데

반쯤 눈을 감고 세상이 그러니까

야박하게 그러지 말자 했지요

영혼이 깨지는 슬픔을 알아가요

순수가 물들어 검은 물이 들었지요

그래도 머 어쩌겠어요.

세상이 그렇다는데 나만 옛날에 남아

도화지에 날개를 그리고 있다한들

그가 알겠어요.
모른척하고 그의 치부를

감추어두고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둘걸 그랬지요

한 번에 휘어잡고 죽겠다 소리 질러야 했을까요 처음이 중요한다고 하는데

물렁하게 넘어갔을까요

싸하게 내려앉은 마음이

상처가 쓰라려서 곪아요
약을 바른 들 처음처럼 아물까요
당연하다는 그가 미워요.

상처는 아물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벌어지던 마음이 더 이상 벌어져서 수술을

받아야 할지 몰라요
수술을 받아 꼬매도 예전 마음

같지는 않겠지만 더 벌어지지는 않겠죠.

믿음이 깨져서 불신으로 살아가겠지만

이 밤 흘린 마음을 잊지는 않겠죠.

마음속에 담겨서 썩고 썩어서 고약한 냄새가

진동할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은 벌어지려는

상처를 꼬매고 꿰매어서
어떡하든 살아는 가겠죠.

그래서 였나 봐요.
그들이 말하던 말이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살아가라고요.


왜 냐고요 세상이 사람이

사랑했던 것이 허물을

벗고 나서야 알게 된 진실에
상처를 받았다고나 할까요.


모른 척하세요
안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어요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이 정색을

하면 달려드는 상대에게 상처받는 일밖에

더 있을까요
그러니 모른 척하세요.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기전에요.


오늘 알았어요
비밀을 보게 되더라도 모른 척

해야 한다는 것을요


비밀을 우연이 알아도

모르는척 넘어 가라고

알아도 되지만

알아도 되는만큼

상처가 된다고요

모르척 하세요


그녀 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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