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난 멋져 보이려고 용을 쓰고 있나 봐.
예전에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두꺼운 책을
한 장 두장 스무 페이지를 넘기고 있으니까
멋져 보이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혀 멋진 척,
잘난 척,지식 넘치는 척, 척하는 척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
척하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더라!
내 딴에는 유식한 줄 알고 어려운 단어로만
대화를 했는데 지나고 보니 단어가 문맥에 어긋나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서 쥐구멍을 찾는다는 말이지
허물을 벗은 누애처럼
허물을 벗어보자
노력했지만 허물을 벗은 뒤에도
천성적으로 지닌 성격은 어쩔 수 없어서
벗은 허물을 다시 뒤집어쓴 거야.
새 허물보다는
지금까지 쓰고 있던 먼지 묻어 누런 허물이 편하다는 진심 하나쯤은 가슴 깊이 묻기로 했지.
그냥 이렇게 살기로 했어
한번 보면 들켜버리는 마음
여리디 여린 마음으로
단지 기대감을 말하자면 여린 나를 이용하지 말았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 한 자락
누런허물에 덧칠하면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