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은 아궁이 속에서 아가리를 내밀고
타지 못한 장작을 위하여 입을 벌린다.
마음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여 기분 상한 날 절망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가
먹잇감을 물어 버리려는 듯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상처 입어 쓰라린 심장을 물어 버렸다.
물어버린 상처가 벌어져서 헤집고
헤진 마음이 소리를 낸다.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비명에 기겁하여 뱀은 사라졌지만
뱀이 물어버린 자리에는 살이 돋아도
바람 부는 날에는 아리다.
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였는가
머리로 나누는 언어들이 오해를 하고
가시를 세웠나 보다.
뜨거워진 피물 사이로 다가가지 못하는 언어들이 허물을 벗은 뱀처럼 되돌아온다.
그대 나의 마음이 절망으로 마음에 비수 하나쯤 던져도 비수에 심장이 얼어도 절망이 끌어안은 것 중에 사랑도 있음을 알자.
꽁해진 마음 덜어서 어둠에게 선물로 보내니 어둠을 틈타 고까운 마음은 장막에 감추고 살아온 시간에 용서라는 덧칠을 하자
무엇이 절망에 우리를 밀어 넣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