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를 만나다.
그녀를 만난 곳은 조카의 작은방 침대 밑이었다. 반달로 변한 갈색 눈이 형광 불빛에 반짝이면 초승달처럼 빛을 내뿜었다. 엄지손가락처럼 작은 발뭉치를 앞에 모으고 사료를 거부하는 그녀는 겨우 오십 일을 살아온 작은 고양이였다. 아가 고양이는 침대 밑에서 오줌을 지리고 날 선 눈빛으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비련의 주인공처럼 떨고 있었다. 그날부터 난 그녀의 집사가 되었다. 집사 아닌 집사가 되어 조카와 아기 고양이를 보살폈다. 사료를 안 먹는다고 조카의 울음소리가 전화기로 들려오던 그 날 밤은 그녀의 눈동자가 떠올라 온밤을 지새웠다. 다행히도 저번에 먹던 사료를 가져와서 주었더니 내 작은 그녀는 작은 발로 온 방을 탐험 중이라는 조카의 말에 내심 안도했던 날들도 있었다. 침대를 내려오다 작은 발 뭉치를 삐끗하였는지 절룩거리는 그녀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던 순간은 아찔하기만 했다. 발이 부러진 것이 아니라는 동물병원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갈 때도 있었다. 침대를 오가는 바닥에 책으로 계단을 만들어 주며 초보 집사는 아주 미안했었다. 내 작은 그녀는 인간과 시간의 개념이 달라서 빠른 묘생을 살았고 아기 티를 벗은 그녀는 석 달의 시간 안에서 아름다워져 갔다. 아메리칸 숏답게 털은 짙어졌으며 아가 때는 불러도 오지 않던 이름에 부르면 반가워 바닥을 날아서 달려온다. 그녀는 이름을 알았으면 지혜로워졌다. 지혜로움은 놀이에서도 나타나 아가 때는 한 시간을 놀아도 열정적이던 그녀는 삼십 분의 놀이에 만족해 침대 밑으로 숨을 때도 있다. 여전하게도 그녀는 아직도 아가 아가답고 성묘가 되려면 여섯 달을 커야 하고 나도 여전히 집사 아닌 집사가 되어 그녀를 돌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고양이 선풍기를 사주었다. 여름에 시원하라고.. 소다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