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묘연 만들기

by 이장순

그녀의 눈물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눈물이 내 머리털을 비집고 들어와 말을 했다.

‘그녀가 울어. 그녀가 슬퍼. 눈을 떠.’

눈을 뜨니 토끼처럼 눈이 빨개진 그녀가 보인다. 좁은 침대 밑까지 들어와 진귀한 보석이 촘촘히 박힌 세공품을 다루듯 의식 잃은 나를 꺼내 안아 들었다. 그녀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그녀는 전화기를 손에 들고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중이었다. ‘어쩌지, 어쩔까’라며 간간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죽을 뻔해서였을까. 무섭던 마음이 조금 가셨다. 그녀는 사료에 물을 넣고 곱게 갈아 주사기에 넣은 그것을 내 입에 갖다 댔다. 그녀의 집에서의 내 첫 끼였다. 물과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니 배가 불렀다. 배가 두둑해진 나는 다시 침대 밑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나를 확인하고는 침대 위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그녀와 나의 길고 길었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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