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밖은 무서웠다.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무섭고 낯설다. 그녀에게 잠깐 다가갔을 때도 천장의 형광등 불빛이 너무 눈부셔 솜뭉치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불안해하는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침대 밑이 좋다. 거미줄이 듬성듬성 보이지만, 형광등 아래 이글거리는 빛보다 편안하다.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열심히 꾹꾹이를 하던 나를 보며
"아가야 어디 있어도 용감해야 한다."라고. 그때 나는 ‘그르릉’ 거리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엄마의 말대로 용감하게 그녀를 따라왔다. 그런데 사료도 먹던 것이 아니고 처음 맡는 향, 처음 보는 장소가 날 움츠러들게 한다. 심하게 허기져도 침대 밖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에 꾹 참는다. 마지막으로 함께 보낸 날, 엄마는 눈물을 훔치며 말씀하셨다.
"아가야 사랑한다. 행복해야 한다."
엄마의 말처럼 행복해져야 하는데 행복보다는 두려움이 몰려온다. 내 몸은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녀를 거부하고 난 침대 밑에서 의식을 잃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