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묘연 만들기

by 이장순

‘어디 가는 거야?’

거울 앞에서 단장 중인 그녀를 바라보며

애련의 눈망울을 보내고 있다.

‘가지 마.’

집사의 다리를 물었다.

간지럽다며 미소 짓다가 이내 갈등의 눈빛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오늘 밖에 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세 단호해진 눈.

“이제는 혼자 사는 게 아니니 너를 먹여 살려야 해.”

나는 못 알아들은 체하며 그녀를 간절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새로 뜬 물을 내 앞에 두고는

가방을 메고, 눈을 질끈 감고 후다닥 나갔다.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이라고는

그녀가 머물던 자리에서 그녀의 냄새를 맡고

냄새에 취하여 잠드는 일뿐. 다른 할 일이 없다.

선잠에 빠져 있는데, 오랜만에 창가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동네 오빠다.

"아가야 뭐하니?"

"잠자고 있었어요."

"밥 먹고 자. 물 마시고 자"

동네 고양이 오빠는 내가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여운을 남기며 사라졌다.

‘밥 먹기 싫은데’ 투덜대며 침대 위에서

깡총 내려갔다. ‘이런!’ 다리를 접질렸다.

시큰거리는 통증이 허벅지까지 전해진다.

절룩절룩. 사료를 먹고 침대 위에서 다시 잠을 잔다.

자다 깨서 집사를 찾아보고, 또 자길 반복하면서 외로운 시간이 흐른다.

그녀는 언제쯤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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