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서 내려오다가 접질린 발이 시큰거려서 많이 걸을 수가 없다. 나는 솜뭉치를 힘겹게 절룩거리며 맛없는 사료를 먹으러 간다. 그런데 웬일로 사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펫샵에서 먹었던 ‘로얄캐닌’ 사료를 가져온 모양이다.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이렇게 체할 정도로 빠르게 사료를 먹은 건 정말 오랜만이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집사가 회오리 물결이 잔잔하게 생기는 물그릇을 건네다가, 절룩거리는 내 걸음걸이를 보고는 나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녀는 자주 사용하던 네모난 상자를 들고 ‘아기가... 다리가...’라는 말을 하더니 갑자기 고양이 이동장에 나를 넣어 들고 집을 나선다.
‘여긴 어디지?’
이런 곳은 처음이었다. 나중에 저절로 알게 되었지만, 병원이라는 곳이다. 병원은 내 기분을 더럽게 만든다. 소독약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파란 옷을 입은 인간이 내 다리를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파란 옷 인간은 할 일을 끝냈는지 나를 케이지 안으로 돌려보냈다. 나는 얼른 케이지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이곳을 떠나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녀 나를 보고 말했다. "꾀병이지 너. 아무 이상 없대." ‘꾀병?’ 꾀병이 뭔지 나는 모른다. ‘고양이는 아파도 아픈 척을 안 하는 동물이야.’라고 그녀에게 야옹거렸다. “야옹야옹”거리는 소리에 그녀는 말했다.
“다행이다, 소다야.”
‘소다. 소다는 누구야? 나야?’
내 이름이 소다라는 걸 차 안에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