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묘연 만들기

by 이장순

내 이름은 소다.

집사는 나를 부를 때 “소다야.”라고 한다.

또 사료 그릇을 가리키면서 “로얄 캐닌 먹자.”라고도 종종 말한다.

'로얄 캐닌'은 내가 펫샵의 유리 상자에서 살았을 때부터 먹었던 밥이다.

내 밥은 항상 맛있다. 그릇에 가득 담긴 밥에서 나는 평안함을 느낀다. 집사가 없을 때도 내 밥은 여전히 푸짐함을 자랑한다. 창가를 기웃거리던 동네 고양이 오빠가 사료 그릇에서 눈을 못 떼며 말했다.

“밥이 가득하구나.”

표정에 부러움이 넘실거린다.

"조금 주고 싶지만, 창문 때문에 줄 수가 없어요."

"괜찮아. 배는 고프지만, 아기 밥까지 넘볼 정도로 못난 놈은 아니란다."

그는 호탕하게 웃고 가버리려다가, 얘깃거리가 생겼다는 듯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아가야, 난 4살이란다. 길고양이치고는 정말 오래 살았지. 요령을 알면 길고양이도 오래 살 수가 있단다. 잘 있으렴. 또 보자."

창문 밖 세상에는 수많은 길고양이가 산다.

자주 보는 오빠 고양이와는 다르게

배가 불룩한 엄마 고양이를 본 적도 있었다.

뱃속 새끼들을 지키고자 악만 남아 사나워진 엄마 고양이가 창문 틈에서 고개를 내밀고 ‘하악!’소리를 냈던 날에는 간이 콩알만큼 쪼그라들었다. 그런 날에는 집사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반이나 집을 비우는 그녀지만 나는 그녀가 있기에 행복한 아깽이다. 창문 안에서 사는 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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