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 천사

by 이장순

봉지 아스락 거리는 소리가 골목에 울린다.

밥을 못먹었는지 앙상한 작은 고양이가

인간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먹을 것을 찾아서 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어미 젖을 갓 뗀 것처럼 보이는 크림색 고양이는 발걸음을 죽이고 다가서는 인간의 기척을 느꼈는지 열린 대문으로 쏜살같이 도망친다. 서울의 거리는 고양이들이 더 이상 밥을 얻어먹을 수 없다. 넘쳐나던 음식물은 재활용 봉지 에 묶여 고양이들은 열 수 없는 통속에 담겼다. 그들은 달라진 거리의 골목에서 바스락거리며

빈 봉지만 헤집는다. 빈 봉지를 바스락이는 고양 이에게 달걀 노른자를 으깨어 물과 함께 사람들이

보지 않게 숨겨 두었다. 잠시 후 나가보니 계란 노른 자와 물이 조금 사라진 상태였다. 길 위의 천사는 빈봉지를 바스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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