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묘연 만들기

by 이장순

비가 내린다. 생쥐 꼴을 한 노란 털 길고양이 오빠가 창문 처마 밑에서 비를 털어 댔다.

"비 오는 날 짜증 나. 축축한 물이 고인 웅덩이는 날렵하게 날아 넘어가면 되는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는 피할 수도 없으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야. 젖으면 몸이 무겁고 느려져서 위험하거든."

"비 올 때는 안 돌아다니면 되잖아요."

"안 돌아다닐 수는 없지. 넌 집사가 가만히 있어도 밥하고 물을 줄테지만, 난 집사가 없잖아? 캣맘이 있다고 해도 내가 직접 캣맘을 찾아가야 먹을 것이 생기지, 한곳에 있으면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게다가 비 오면 빗물도 마셔 줘야 하고 말이야. 물은 아무 때나 있는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비 오는 날 맘껏 먹어둬야 그나마 몸이 덜 붓는단다.“ 길고양이 오빠는 몸을 부르르 한 번 더 털더니 말을 이었다. “길고양이들이 뚱뚱해서 잘 먹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 사실은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먹다 버린 짠 음식을 먹어서 그렇게 된 거야. 염분이 몸에 쌓여서 붓고, 더러운 물을 마셔서 붓는 거란다. 길고양이들의 삶은 기구하단다. 아가아, 나는 그래도 자유로움을 구속이랑 바꾸지 싶지는 않구나. 워낙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살아와서 그런지, 골목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 삶이 마냥 억울하지만은 않단다.”

“힘들어서 어쩐대요.”

“어제는 가다랑어포 하나를 득템 했지. 캣맘이 자기네 집고양이가 안 먹는다면서 던져줬어. 어제 먹은 가다랑어포 냄새가 아직도 입안을 맴돌아. 맛이 훌륭하더구나.”

'그거 내가 안 먹은 건데요.'

라고 말할 수 없어 헛기침만 했다.

"비리지 않아요?"

"비려도 맛만 좋아. 그런데 비는 언제 그칠까?"

그는 노란 솜뭉치로 얼굴을 닦고 담벼락을 훌쩍 뛰어오른다. 비를 맞으면 어떤 느낌일까? 맹렬한 호기심에 나는 가출을 결심했다. 그녀가 대문을 여는 틈을 타서 재빨리 나가야지! 대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그녀의 발소리를, 아침에 묻힌 내 페로몬 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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