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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순 Jan 24. 2018

아빠는 좋은 사람

아빠는 생각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일하다 생긴 모든 것을 아들 탓이라 여기고 탓한 것은, 연민에

불면의 밤을 벗 삼아 소주 한잔을 마셨다. 상사란 놈이 나보다 어린놈이  내 앞에서 손가락을 들어 보이면 사정없이 삿대질을 하면 무시하던 날

소주 다섯 병에 이성이 무너져 내린 날, 지독하게도

찬바람 불던날 내의 바람에 아들을 베란다에 가두었었다. 아들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벌을 주었냐고 물는다면  아빠는 커다란 눈망울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엄마 뒤에 숨어있는 아들에 이성을 잃었다고 아직 보호받아야 할 아임이에도 망각하고 고사리 같은 손을 잡아끌어 강해야 한다며 아들을 찬바람 부는 베란다로 보냈노라 말했을 것이다. 아빠는 생각한다. 아들이 강하게 컸으면 아빠가 부덕하여 바람을 막아 줄 수 없으니 세상에 좀 더 강한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 옛날 아빠의 아빠는 늘 기가 죽여 세상을 탓했다. 성격이 다부졌던 엄마는 비실비실한 성격의 아빠를 못 미더워했다. 아빠는 그래서 아빠처럼 살기 싫었다. 당당한 아빠 당당한 가장으로서 가정을 지키고 싶었다. 허지만 아빠는 아빠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아빠는 지금의 아빠처럼 아들에게 세상 탓을 하지 않았었다. 아빠의 아빠와 아들의 아빠인 자신이 아빠의 아빠보다 더 나은 아빠라 말할 수는 없으니까? 아빠는 준비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화장 대위에 살포시 던져두고는 집을 나섰다. 사회에서는 약자 가정에서는 가장였던 아빠는 이렇게 결혼의 종지부를 찍는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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