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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순 Jan 18. 2018

아빠는 좋은 사람

똑똑, 아이는 조막 막 한 손을 들어 차가워진 유리창문을 두드렸다. 얼큰한 찌게에 소주 한 병을 드셨다던 아빠는 아이를 구석으로 밀치고 이십 분을 꾸짖더니 내복 차림으로 유리창을 열고 찬바람 부는 베란다로 내보냈다. 아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 기분이 안 좋다고 너 때문이라고 모든 것이 아이 때문이라고 아빠가 말했으므로, 아이는 모든 것을 자기 탓이라 여겼다. 언제부터였을까? 자상했던  아빠는 등을 돌리고 아이 외면했다. 칼바람 부는 베란다에서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수십 번 수백 번 생각했다. 술이 올라 더 살벌해진 아빠가 유리문을 열고 "무엇을 잘못했지 아들"물으면 대답해야 하니까?엄지 손가락을 물어뜯으면 생각하고 또 해야 한다. 칼바람 부는 베란다를 벗어나려면.  술냄새 나는 볼에 뽀뽀를 안 해서, 아니면  엄마 뒤로 숨어서 엄마는 아빠가 술을 먹고 들어오면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으니 애꿎은 아이가 내복만 입고 덜덜 떨고 있는 거다.

아이는 매 맞는 아이는 아니다. 티브이에 나오는 학대받는 아이도 아니다. 다만 아이는 술 마시고 오는 아빠가 무서울 뿐이다. 술 먹고 들어와서 아이를 베란다에 내보내는 것이 학대라면 아이는 학대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빠의 감정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 그것은  아빠의 커다란 잘못이다. 아이는 아빠가 좋다. 술만 드시지 않는다면 아빠는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지만

아이는 술먹은  아빠가 무섭다. 아빠는 술에게  이성을 잡아먹혀서 생쥐처럼 구석에 아이를

몰고는 술을 마신다. 아이 엄마는 술마시는 아빠옆에서 술을 따른다. 이성을 잃은 아빠가 잠이 들도록 잠이들면 배란다에서 얼음이 되어가는 아들을 데려와서 솜이불에 둘둘말아주려 술을 따른다. 술에 더 먹어버린 아빠는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아들을 배란다로 보내버린지 삼십 분만에 엄마는 아들을 배란다에서 꺼내 이불을 둘둘 말았다. 모진 세상살기 힘들다, 술마신 남편은 잠이들었다. 아이 아빠는 좋은 사람이지만 육개월의 한번은  나쁜 아빠가 된다.  

아이 엄마는 알고있다. 언제가는 이런생활을

청산해야 한다는 걸, 아마도 아빠도 알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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