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미스 Jul 27. 2020

“토끼도 야수가 될 수 있어.”

영화 해석 및 리뷰 < 주토피아, 2016 >


“토끼도 야수가 될 수 있어.”


영화 <주토피아>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료하다.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것. 출생 신분(토끼, 여우 등)과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일을 배분하자는 것. 우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교훈이기 때문에 딱히 낯설지도 않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답게 곳곳에 웃음 포인트들을 잘 숨겨놨고, 하나하나 섬세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개봉한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기도 하다.


다양성에 관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착한 여우’, ‘못된 토끼’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누구든지 함부로 평가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토피아라는 공간적 배경은 마음먹은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는 이상적인 도시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재미있게 본 영화 속에서 2% 부족한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았거나 혹은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들이다.




주토피아


주토피아는 그 이름처럼 꿈의 도시로 그려진다.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함께 어울려 사는 평화의 마을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토피아는 촘촘한 계급사회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의 얼굴이자 대표는 역시 밀림의 왕 사자다. 그리고 그 밑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은 코뿔소, 하마, 물소 등 강력한 육식동물이 맡고 있다. 하층 구조를 살펴보면, 범죄를 저지르는 여우, 족제비 등이 존재하고 최하층에는 쥐가 살아간다. 주토피아라는 세계는 가능성은 열려있으나 한계는 뚜렷한 사회인 거다.

각각의 동물들이 사는 지역은 따로 존재할 뿐 아니라 쥐라는 종족의 최고의 아웃풋이 ‘악당’이라는 점은

주토피아가 닫힌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요소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주디’가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지만, 사회가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대부분의 토끼는 ‘버니빌’에 살고 있고 덩치 큰 경찰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닉’이 최초의 여우 경찰이 된다는 점 외에는 주디가 처음 경찰에 들어왔을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셈이다. 과거와 달리 주디와 닉에게 제대로 된 임무가 배정되었지만, 이는 기존의 사회에서 크게 진보했다기보다는 많이 어긋나있던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주디에게 교통 딱지를 떼게 하고, “지금 나더러 여우 말을 믿으라고?”라며 차별의 언어를 서슴지 않았던

‘보고’ 서장이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는 한,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차별과 편견이 없는 사회를 이야기하는 이 영화에서, 우리가 살펴봐야 하는 것은 주디라는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다. 상점을 털고, 불법 DVD를 판매하던 족제비가 사회에 올바로 적응했는지, 닉과 함께 불법 아이스크림 판매를 하던 사막여우가 합법적인 삶의 영역으로 들어왔는지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이러한 장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약 주디에게 실력이 없었다면, 닉과 힘을 합쳐 주토피아를 위한 공을 쌓지 않았다면, 기존 질서는 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주디는 교통 딱지를 떼다 지쳐 고향으로 돌아가고, 닉은 계속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영화는 소수 집단의 일부만을 대표로 뽑아 구색을 갖추는 조치인 ‘토크니즘’과 ‘능력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주디의 영웅적 면모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시민의 눈에서 변화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가령 새로운 초식동물 경찰이 탄생한다든지, 쥐 대통령이 탄생한다든지 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관객에게 웃음과 교훈을 준다.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개성 있는 캐릭터들, <대부> 등을 오마주한 센스있는 장면이나 빠른 속도로 운전하는 나무늘보와 같은 웃음 포인트가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이런 점들이 2%가 부족하지만,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림걸즈, 한계 극복이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