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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스 Sep 25. 2020

내 마음은 안팔아요

2020년 9월 25일 스미스의 생각

'내 마음은 안팔아요'


제보전화 한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70대 노인이라고 밝혔다. 할아버지가 털어놓은 사연은 이랬다. 그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 주민인 70대 할머니가 어제 사고를 당했는데,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뇌사 상태에 빠졌다. 지금은 병원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살아가고 있고, 언제 돌아가실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오셨고, 할머니에게는 자식이 한 명 있는데 3년 전쯤 돈을 벌러 나가겠다고 한 뒤로 연락이 두절됐다. 할머니와 가족관계는 아니지만 사정이 딱해 자신이 아들을 대신 찾고 있다.


할아버지는 내게 할머니의 아들을 찾는다는 사실을 뉴스에 내보내줄 수 없냐고 물었다. 나는 사연은 딱하지만,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다는 말을 전달하고는 다른 시사프로그램에 한번 제보해보시라고 말씀드렸다. 할아버지는 매우 안타까워하시며 당신이 다른 방법을 계속 찾아보겠다고 전화를 끊으셨다.


하루 종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없다는 것이 내 마음을 쿡쿡 찔렀다. 할아버지의 간절한 바람과, ‘시간을 뺏어 미안하다’며 도리어 내게 미안해하시는 말투가 계속 기억에 남아 더 아팠다. 나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얼굴도 한 번 본적 없는 할머니의 아들이 미웠고, 할머니를 놔두고 돈을 벌러 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몹시 안타까웠다. 돈이 뭐길래, 사람도 이기는 걸까.


‘그 많던 욜로족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겨레의 칼럼을 읽었다. 코로나19 이후 돈보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욜로(YOLO)족이 더 줄고있다는 내용이었다. 하고싶은 일보다 제때 제때 나오는 월급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때문이었다. 나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일상에 얽매이기 전에 ‘진작 떠났어야했나’를 떠올렸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꿈은 잠시 멀리할 수 있지만, 돈은 멀리하기 어려웠다.


할머니의 아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돌아와서,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제대로 지켜봐줄 수 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그가 자신을 찾아준 이웃집 할아버지에게도 감사함을 표했으면 좋겠다.

가족, 꿈, 사랑, 정(情) 가벼워질대로 가벼워진 이 소중한 가치들이 다시 무게감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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