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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스 Nov 01. 2020

밀레니얼들이 원하는 힙(hip)이란

[이날치의 흥행 법칙 훔쳐보기]

[이날치의 흥행 법칙 훔쳐보기]



https://youtu.be/RcrwSWw3bH8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힙(hip)’이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힙하다는 건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이며, 직관적으로 한 번에 떠오르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 안에서도 개인의 취향 차이가 존재한다. 만약 누군가가 모든 밀레니얼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홍보한다면 그건 가짜인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한 콘텐츠에서는 어느 정도의 경향성을 찾아볼 수 있다. 디테일은 매번 새롭게 분석해야 하지만 큰 틀은 거의 비슷하게 이어진다. 한국관광공사의 역작이라고도 불리는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범 내려온다’를 한번 살펴보자.


1. 보여주기


판소리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KBS 같은 공영방송사에서는 온종일 명창이 판소리 하는 모습을 방영하기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딱히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들은 시키는 일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왜 판소리를 보호해야 하는지를 가장 먼저 설명해야 한다. 이때, 이성적으로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진심 어린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은 관광지를 하나하나 깊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음악과 춤이 어우러져 그곳의 모습을 비출 뿐이다. 영상을 보고 장소가 궁금해진 사람들은 직접 그 장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다.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 자발적으로 탐색을 유도하는 방식을 ‘보여주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영상은 궁궐에 앉아 딱딱한 판소리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판소리도 이렇게 세련된 느낌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판단 자체를 밀레니얼들이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밀레니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석의 미학과도 이어진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완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직접 개입하기를 원한다. 콘텐츠 안에서의 ‘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진 셈이다. 이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친구를 태그하는 모습으로 쉽게 나타난다. 의도적으로 콘텐츠 안에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이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힙한 콘텐츠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싶어 하는 게 그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2. 섞기


이날치 영상에서의 핵심적인 특징은 섞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밀레니얼들의 속성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북이 아닌 베이스와 드럼을 이용한 판소리, 나이키 바지와 고전 복장을 함께 입은 사람들이 추는 춤. 이러한 변주는 밀레니얼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뻔하지 않으면서 fun한 매력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만약 영상에서 노래나 춤만 따로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는 지금처럼 흥행하지는 못했을 거로 생각한다. 섞기는 단순히 한 소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재와 소재, 분야와 분야를 넘나들수록 더욱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김보람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예술감독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해진 소리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춤으로 보는 건 관객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규정된 틀에서 벗어나 관객들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남겨주라는 의미다. 관광공사의 영상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를 통째로 분석할 수는 없다. 그들은 분석 대상이 되는 순간, 기성세대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방향으로 모습을 바꾸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또 나조차 하나의 틀로 밀레니얼을 규정짓는 것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힙함에서 약간의 힌트를 찾아볼 수는 있다. 가르치지 말고 보여주고, 새로움을 섞는 노력이 바로 그 힌트다.



P.S 이날치나 앰비규어스의 탁월한 실력이 밑받침이 되었다는 말은 굳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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