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빠나콘' 아홉 번째 이야기
세상에는 두 가지 분류의 인간이 있다. 모기에 취약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기로부터 자주 공격받는 나는 매우 취약한 편에 속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어도 모기는 꼭 나를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인지 여름은 때때로 무서운 계절이다. 여름이 오면 홈매트를 키고, 파리채를 미리 사놓는다. 무향 에프킬라, 홈매트, 파리채는 여름을 무사히 지내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무기가 됐다.
전쟁을 대비하는 군인처럼, 이번 여름에도 방역 도구들을 찾아봤다. 속도가 생명이던 투박한 플라스틱 파리채는 어느새 전기 파리채로 다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는 천장, 벽에 붙은 모기를 수월하게 잡기 위해 360도 회전기능까지 추가됐다. 기술의 진보에 감탄하면서 한 바퀴가 돌아가는 전기 파리채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은 것뿐인데, 갑자기 자신감이 넘쳤다. 청룡언월도를 손에 쥔 관우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사용법을 알아보기 위해 유튜브에 들어갔다. 전기 파리채를 이용해 모기를 잡는 영상들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한참 동안 영상을 구경하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에 빨려 들어갔다. 그곳에는 모기를 고문하는 영상, 일명 ‘모기 참교육’ 시리즈가 있었다. 어떤 유튜버는 모기를 얼리기도 하고, 불에 태우기도 하면서 모기를 죽이고 있었다. 심지어 인근에 있는 물가에서 장구벌레를 잡기도 했다. 유튜버는 “장구벌레가 모기가 되는 순간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모기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건 맞지만,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모기는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해도 괜찮은 존재일까.
댓글을 읽어보기로 했다. 내가 유독 예민한 건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유튜버의 행동에 공감하고 있었다. ‘신기하다’는 반응은 약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속이 시원하다는 댓글과 다음 영상에서는 어떻게 해달라는 제안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모기들을 사육한 뒤, 고문하고 죽이는 그런 영상은 모기 취약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과한 것이었다.
얼마 전 독서 모임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멤버 중 한 명은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의 분노 과잉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 과열, 불평등한 사회에 좌절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약자에게 표출하는 폭력의 일종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그 의견에 크게 공감했다.
어린 시절, 참새나 벌레 등을 괴롭히던 친구들은 주로 분노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분노할 상황은 많은데 분노를 제대로 삭이는 법은 몰라서,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동물들을 못살게 굴었다. 화풀이 대상은 여자인 친구, 작고 힘없는 친구, 강아지나 고양이 등 대개 약자들이었다.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폭력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지만, 그 기준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 인간과 얼마나 친한 동물인지가 그 기준점이 됐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해로움을 준다는 이유로 모기에 대한 폭력이 용인, 더 나아가 조장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폭력의 대상이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해로운 동물에 대한 폭력을 넘어 ‘해로운 인간’에 대한 폭력도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 물론 해로움의 기준은 권력자들로부터 정해진다. 누굴 때릴 것인가를 정하는 것은 맞는 사람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이다.
모든 종류의 폭력은 없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구벌레를 사육하면서까지 모기를 죽이는 유튜버의 구독자 수가 10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모든 생명체가 생존의 이유를 입증해야만 살아갈 권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유를 입증하지 못한다고 해서 함부로 생명을 없앨 수 있는 권리 또한 아무도 갖지 못한다. 모기 취약자의 입장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모기로부터의 자기방어지, 종족몰살이 아니다.
이번 여름은 유독 길다. 벌써 9월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밤이 되면 주위에는 모기 몇 마리가 서성인다. 이 모기들은 내가 잠이 들거나, 딴 짓을 할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의문의 헌혈을 하지 않기 위해 한 손에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전기 파리채를 들고 있다. 모기와 나의 숨 막히는 눈치싸움이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때때로 나는 피를 뺏기고, 모기 군단에서는 희생자가 발생한다. 이 지난한 싸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또, 끝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