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리즘

'에세이 빠나콘' 열두 번째 이야기

by 스미스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메일링 서비스인 '에세이 빠나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곳입니다.

구독자분들께 전달된 메일이 2주 후, 이 곳에 공개 될 예정입니다.

구독 문의는 인스타그램 DM이나 댓글을 이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운로드 (1).png


내 생각이 구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인사이트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오늘은 내가 느낀 트렌드 변화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다. 복고와 아마추어리즘에 관한 이야기다.



‘7080’이라는 말에서는 왠지 모르게 어른들의 냄새가 났다. 어린아이가 술집을 지나칠 때의 묘한 거리감, 무거우면서 독한, 아빠 스킨 냄새 같은 게 이 단어에서도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새 ‘8090’, 아니 ‘9000’이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나도 가끔 뷰렛의 ‘거짓말’ 같은 노래나, TOY의 노래를 찾곤 하는데, 이제는 내게도 아빠 스킨 향이 나진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는 건 굉장히 씁쓸한 일이다.


나처럼, 복고를 찾는 사람들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여러 TV 프로그램도 과거의 향수를 포장지만 바꿔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추억의 가수와 유행가를 되살린 뒤 약간의 변형을 통해 보여주는 <놀면 뭐 하니>와, 트로트라는 장르를 젊은 가수들이 부르게 한 <미스터트롯> 시리즈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흥행한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과거의 소재를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이 결과물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싹쓰리’의 경우 비와 이효리, 유재석이 한 팀이 되는 순간부터 앨범을 만드는 과정까지를 담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가 데뷔하기까지를 그려내는 오디션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것들에서 탈피하고, 소박했던 인물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인기를 끈다. 나는 이를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부르고 싶다.


화려하고 완벽한 프로선수를 원하기보다는, 보잘것없고 어딘가 촌스럽지만, 자신만의 캐릭터를 지닌 이들이 더 큰 애정을 받는 시대가 됐다고나 할까. 싹쓰리가 린다G, 비룡처럼 부캐로 활동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직접 만든다는 뿌듯함과 개성을 담을 수 있는 DIY 제품이 사랑받고, 가짜 사나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가의 전문적인 행위보다, 비전문가의 도전 과정에 초점을 더 맞추는 셈이다.


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글이 논문으로 바뀔 위험성이 있으니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면 좋겠다. 그럼 이 변화를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짧게 적어보려 한다. 그 방법은 바로 일상에 스토리텔링을 싣는 것이다. 내가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담아내거나, 어떤 꿈을 가지고 있다면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 절대 완벽한 모습을 반영하기 위해 애쓰지 말고, 그저 소소하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은 꾸며진 무대보다, 무대 뒤편에서 보여줬던 노력의 흔적을 더욱 높이 평가한다. 진정성이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는 의미다.


‘요즘 관심사가 뭐야?’ 나는 가끔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물어본다.

이 질문에 뚜렷한 답을 하지 못하거나 얼버무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관심사가 정말 없다기보다는 그들이 자신을 미완성인 존재로 평가하는 것과 관련 있을 것 같다.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고,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는 생각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던 셈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혼자라도 기록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멜론에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영화를 좋아한다면 왓챠에 영화평가를 내려보라고 한다. 진정성이라는 콘텐츠는 이러한 사소한 기록들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7080은 어느덧 옛이야기가 되버렸고, 8090도 이제는 복고라고 불린다. 상투적인 표현이라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시간은 정말 잘 간다. 그런 의미에서 부지런히 기록해야 한다. 아름답고, 훌륭한 모습만 보여주려 하다가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본 모습이라고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정성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을 우리는 ‘낙하산’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이 낙하산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나와 내 구독자들은 낙하산이기보다 ‘등산객’이었으면 좋겠다. 튼튼한 두 다리로, 정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그것이 어떤 꿈이든, 어떤 목표인지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진정성으로 무장한 아마추어들이 정상에 오르는 그 순간을 나는 항상 기대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꿈의 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