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모든 -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리뷰
학생들에게 과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경진'은 모처럼 3일간의 휴가를 보낸다.
경진은 휴가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과 만나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경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과 대화 장소가 바뀌면서 경진이 겪는 변화를 그려낸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잔잔하면서도 단단한 문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볍게 써 내려가는 듯하면서도 내부에 있는 묘사나 상황설정이 구체적이라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이토록 세세하게 무엇인가를 잡아낸다는 점에서 은모든 작가는 좋은 '청취자'임이 분명하다.
작품 속에서는 산책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책에서 드러나는 느낌도 산책과 유사하다.
하나의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지만 골목골목마다 다른 산책로의 풍경처럼 책 속 등장인물들도 삶이라는 하나의 길을 따라가지만, 이야기나 배경은 제각각인 셈이다. 작가는 길을 가다 멈춰서 사진을 찍듯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실감 나는 묘사 덕분에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책의 배경이 된 전주나 서울을 직접 거닐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려 깊은 대화 대신 각자의 주장만 난무하는 요즘, 시시콜콜하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주제로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다. 듣는다는 건 점점 귀하고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을 통해 말하지 않고 잠자코 타인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누군가는 예술작품을 통해 자칫 낭비라고 보일 수 있는 '삶의 공백'이 허락되어야만 우리가 더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기분 좋은 공백을 허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