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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스 Apr 16. 2019

시작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야

스미스의 첫 번째 생각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첫 문장이다. 

몇 개의 단어들로 이루어진 이 문장에는

담담함과 비통함이 고루 묻어있다.


이 한 문장이 책에서 드러나는 

이순신의 마음을 대부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훈 작가는 이 문장을 쓰기까지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셨다고 한다.


시대의 명필이라 소문난 김훈 작가님이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을 정도로

글에서 첫 문장은 중요하다.


꼭 글이 아니더라도 

계획의 첫 시작도 그렇다. 


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각자의 소망을 다짐한다.

새 학기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을 맞아 마음이 분주해진다.

'시작'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뿐만 아니라

벚꽆이 필 무렵에는 새로운 사랑이

여럿 시작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길고 긴 겨울을 버텨온 생명들이

하나 둘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것을 보면,

봄과 새로운 시작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들뜨게 만드는 일임에 틀림없다.


글 머리에서부터 이렇듯 시작에 대해서 

늘어 놓은 것은 

나의 시작을 알리기 위함이다.


그 시작은 바로 가벼운 '일상 에세이'다.

이 시작은 나에게 무척 의미있는 일이다.


에세이를 쓰는 일은 그간 딱딱하고 

지루한 글을 강요받던 나에게 주는

자그마한 휴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들뜬다. 

얼어있던 나의 마음에 따뜻한 봄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에세이를 통해 바람을

몸과 마음을 다해 느끼고, 

벌레들의 꿈틀거림을 즐겁게 

관찰하고 싶다.


바라는 것은 많이 없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라는

성경구절처럼 이 에세이를 통해

나와 다른사람의 마음에 조금의 

온기라도 전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지금도 내 옆에는 까치 한 마리가

총총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평소 사진으로만 봤던 까치와는 다르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놈은 

조금 더 날렵하게 생겼다.


인간 기준에서 본다면 '연예인 급'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놈은 

내 주위에 먹을 것이 떨어져있지 않은지

연신 찾아다니고 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는 않지만 

전해지는 기운을 보면 무엇인가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보내는 것 같다.


가진 것이 없나 주머니 속을 뒤적이면서도

부지런히 삶을 살아가는 녀석의 모습이 

괜히 대견하다.


이 녀석을 보면서 '인간' 연예인들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분수를 잘 알고 겸허히 삶을 살아내가는

까치 연예인과 여러 구설수들에 오르내리지만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기 바쁜 인간 연예인들이

생각났기 때문일거다. 


에세이의 시작을 따뜻하고 평화로운 이야기가 아닌

연예인 비판으로 열자니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런 쓸데없는 사색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짐에 만족을 느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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