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재단 <운명이다> 리뷰
2009년 5월 23일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돌아가셨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떠나가셨다.
그 당시 나는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고
5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 이후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모였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영향력은 엄청났다.
그것이 10년 전 봉하마을에 살던
한 '바보'의 죽음이 우리나라에
미쳤던 충격이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 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그는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두려워했다.
2004년, 탄핵 소추 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많은 국민들은
촛불집회로 쏟아져 나왔다.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그 인파들을 보고
두려운 마음을 느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을 지지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는 과연 자신이 다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을 때
이들의 요구 사항을
다 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을 드러낸다.
자신에 대한 지지를 '보답'해야 함을
의무로 여겼던 그는
다른 어떤 대통령과 달리
권력 앞에 겸손한 사람이었다.
다른 대통령들은
국민들이 자신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것에 대해 빚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때로는 없던 지지도
권력을 통해 만들어내기도 했다.
노무현은 그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쓰고자 했던 회고록을
'실패와 좌절의 회고록'이라 표현한다.
결국 명예를 되찾지 못한
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운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는 항상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노무현을 버리셔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의 실패가 아니라, 노무현 개인의
실패임을 강조해 새로운 진보인사들이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버릴지언정
대한민국의 진보를 지키기 원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실패와 좌절로
얼룩져있지 않다.
상고 출신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낸
유일한 인물이자,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엘리트 정치의 균열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득권 세력은
그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엘리트 정치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백래쉬' 현상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반발은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노무현의 인생을 실패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여전히 많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과
지금 상황이 그리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기득권 언론은
여전히 정부의 정책을
무분별하게 비판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는
참여 정부 시절 주 5일 근무제와
같은 프레임으로 공격당하고,
부동산 정책 역시 잘했다는 칭찬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어느 언론사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론은 시민의 권력이어야 한다.
시민을 대신해 정치권력과 시장 권력을
감시하고 제어함으로써, 권력이 시민의
권리와 가치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그리고 정치권력과
시장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공론의 장을 관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언급한
이 지적들은 여전히 날카롭다.
이 간단하고 당연한 원칙들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기존 언론들과, 언론인을 꿈꾸는
나 역시 깊게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언론은 공정한 심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내던지고
권력의 대안과 결탁해
직접 그라운드로 뛰어든 것이다."
바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다.
기득권이 만든 프레임대로 쉽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당시 '노사모'로 대변되던
정치세력들은 많이 흩어졌다.
그들은 생계에 종사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을 것이다.
'노사모'는 약해졌지만
다른 새로운 정치집단들이
많이 생겨났다.
다양한 시민사회가 발전했다.
그들은 때때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결집한다.
지난 촛불시위 당시
전국에서 모인 많은 인파들이
그랬던 것처럼.
최근에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구독자 수나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은 사라졌지만
노무현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강조했다.
그의 인생은 시민들의
힘을 결집시키기 위한
디딤돌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많은 회사의 노조 설립을 도와주고
인권 변호사 활동을 통해
약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말이다.
그가 생각한 시민의 정의는
자신의 아버지로 대표된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시류에 밝지도 않았고
술수를 부릴 줄도 몰랐던
내 아버지는 해방된 나라의
가난한 백성으로
정직하게 살다 가셨다."라고
표현했다.
그가 만들고자 했던
사람 사는 세상은
이러한 그의 아버지 같은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었을 거다.
10년 가까이, 그를 떠나보낸
슬픔은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지만
어쨌든 그는 떠났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건
남겨진 자들이 해야 할 몫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실패했다고 표현했지만
나는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깔끔하게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남겨진 이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볼 때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