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미스 Aug 13. 2019

휴대폰 매장이 왜 이렇게 많을까?

재미로 보는 통계


거리를 지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가게가 있다.


SKT, KT, LG의 간판을 달고 있는 이동통신 매장들이다.

통신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도 있고,

직영점을 대리하는 대리점을 비롯해

모든 통신사를 취급하는 판매점도 있다.


번화가에 나가면, 혹은 번화가에 가지 않더라도

이동통신 매장 직원분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경기 침체로 인해 내가 평소 다니던 식당이나,

상점들은 사라져만 가는데

이동통신 매장은 왜 늘어가는 것처럼 보일까.


실제로 늘고 있는 것일까?

다른 나라에도 우리나라처럼

이동통신 매장이 많을까?  



'이동통신 매장 꾸준히 증가 추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통계포털을 찾았다.

국가통계포털에서 2006년부터

2017년(자료 상 가장 최근이다)까지

이동통신 소매업 자료를 한번 분석해봤다.

전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사업체 수가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2년과 2013년에 사업체 수가 가장 많았다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종사자수와 매출액 역시 2006년에 비해

훨씬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전국과 수치를 비교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의 사례도 찾아봤다.

왼쪽 그림인 서울 역시 2006년에 비해

사업체 수가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12년에 비해 사업체 수가

약 900개가량 줄고, 종사자 수도 2000여 명 줄었는데

매출액은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부산의 경우 2017년 매출액은

2006년에 비해 약 3배가량 높았다.


이동통신 매장이 25000개라고 하면

크게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과연 이는 어느 정도로 많은 수준인 걸까?


가장 흔한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는

치킨집은 우리나라에 38,000개 정도다(2017년 기준)

중소 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편의점이 약 43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동통신 매장이 편의점과, 치킨집보다 많지는 않지만

각각의 매장에서 소비하는 빈도, 가격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적지 않은 수치임이 틀림없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이쯤에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왜 내가 자주 가던 국밥집과

옷 가게는 사라지고

휴대폰 가게는 늘어나는 것일까?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휴대폰 가게들이 흔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방식에서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묶음판매' 형식으로

휴대폰을 유통한다.

묶음판매란 이동통신사가

핸드폰 단말기를 통신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휴대폰 요금에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요금이 같이 청구되는 식이다.

할부 수수료, 통신 요금, 단말기 할부금 등

통신사에서 제공되는 요금 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종종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동통신업체에서 단말기를 판매하고,

통신 서비스가입자들을 모으기 위해 홍보하다보니

이동통신 매장이 많아진 것이다.


해외에서는 '단말기 자급제'라는 제도를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단말기 자급제란 소비자가 온, 오프라인에서

직접 휴대폰 단말기를 구매하고

이동통신사는 통신서비스만 제공하는 제도다.


최근에도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단말기를 따로 구매한 뒤

 '유심'을 통해 통신서비스만

이용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2018년 3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내놓은

'연례 휴대폰 유통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자급제 비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도처럼 신흥 국가의 경우 80%에 육박하고

유럽의 경우 5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0% 미만으로 분석됐다.


또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온라인 등에서 휴대폰을

사고 이통사 대리점에서 유심만 끼워 사용하는

‘자급제’ 비율이 전 세계 평균 61%라는 통계도 있다.



이동통신 매장이 적인가?


이쯤 되면 이동통신 매장이

왜 줄어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나는 이러한 이동통신 매장이

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편의점, 치킨집처럼

한 업종의 과도한 집중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이동통신 매장이 많아지면

경쟁은 자연스럽게 심화된다.

현재도 과도한 호객행위나(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심각하다)

고객 '호구'만들기가 일부 행해지고 있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좋은 점도 있다. 대리점의 수가 많아질수록

고객들은 서비스를 받기 쉬워진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노인분들의 경우 휴대폰 대리점에 찾아가서

휴대폰의 기능에 대해 물어보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급제의 확대를 통해

판매점의 수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본다.

편의점, 빵집처럼 상호 간의 과당경쟁으로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만 이득을 얻고,

모르는 사람은 피해를 입는 구조 자체도 문제다.


과열화된 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빌리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